홍길동전
화설 조선국 세종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뫼이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의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즉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 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에 공이 길동을 나을 때의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정벽력이 진동하여 청룡이 수염을 거스르고 공에게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나으리라 하고 즉시 내당으로 들어가니, 부인 유씨 일어나거늘 공이 혼연히 그 옥수를 이끌어 정히 친압코자 하거늘, 부인 정색왈, 상공이 체위 존중코자 하거늘 연소경박자의 비루함을 행코자 하시니 첩은 봉행치 아니하리소이다 하고 언파의 손을 떨치고 나가거늘 공이 가장 무색하여 분함을 참지 못하고 외당으로나가 부인의 지식이 없음을 한탄하러니 마침 시비 춘섬이 차를 오리거늘, 그 고요함을 인하여 춘섬을 이끌고 협실에 들어가 친압하니, 이 때 춘섬의 나이 십팔이라 한 번 몸을 허한 후로 문외에 나지 아니하고 타인을 취할 뜻이 없으니 공이 기특히 여겨 인하여 잉첩을 삼았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가 있어 십삭 만에 일개 옥동을 생하니, 비범하여 짐짓 영웅호걸의 기상이라 공이 일변 기뻐하나 부인에게서 나지 못함을 한하더라. 길동이 점점 자라 팔 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의중하나, 근본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도 각골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왈,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명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사의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남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아니라오."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서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문왈,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하는가?" 길동이 공경 대왈,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여니와, 대개 하늘이 만물을 나심이 오즉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한옴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잇가."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책왈, "네 무슨 말고?" 길동이 재배고왈, "서인이 평생 서룬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한 남자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깁삽거늘, 그 부친이라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잇가?"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 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두려워 크게 꾸짖어 왈,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 뿐이 아니어든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느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모샇고 다만 복지유체 뿐리아.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로 가 울며 고왈,
"소자, 모친 은덕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새의 모자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깁사 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남의 천대받음이 부가능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모샇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하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재상가 천비소생이 너 뿐이 아니어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으나뇨?" 길동이 대왈, "엣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심 팔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즉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가 하여 여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가 하옵니다.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말으소서."
하니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심경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나아 성공이 매앙 생각하매 무녀를 청하여 왈,
"나의 일신을 평안케함은 이 곳 길동은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거 대왈,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을 상을 한 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야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해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여 그 화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 때를 타 어차여차 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꼬." 조란이 대희하여 먼저 은자 오십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 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이튿날 공이 내당에 들어와 부인으로 더불어 길동의 비범함을 일컬으며 다만 천비소생임을 한탄하고 정히 말씀하더니, 문득 한 여자가 들어와 당하에 문안하거늘, 공이 괴이 여겨 문왈, "그대는 어떠한 여자완대 무삼 일로 왔느뇨?" 그 여자 왈, "소인은 관상하기로 일삼더니, 마침 상공 문하에 이르렀나이다." 공이 차언을 듣고 길동의 내사를 알고자 하여 즉시 물러 뵈니, 상녀가 이윽고 모다가 졸라 왈, "기 공자의 상을 보니, 천고영웅이요, 일대호걸이로되, 다만 지체 부족하오니 다른 염려는 없을까 하나이다." 하고 말을 내고자 하다가 주저하거늘, 공과 부인이 가장 괴이 여겨 왈, "무삼 망을 바른 대로 이르라." 상녀 마지못해 좌우를 물리치고 왈, "공자의 상을 보온즉, 흉중의 조화가 무궁하고 미간의 산천정기 영롱하오니, 짐짓 왕후의 기상이라, 장성하면 장차 멸문지화를 당하오리니 상공을 살피소서." 공이 청파에 경아 하야 묵묵 반향의 마음을 정하고 왈, "사람의 팔자는 도망키 어렵거니와 너는 이런 말을 누설치 말라." 당부하고 약간의 은자를 주어 보내니라. 차후로 공이 길동을 산정에 머물게 하고 일동 일정을 엄숙히 살피니, 길동이 이 일을 당하매 더욱 설움을 이기지 못하나 하릴없어 육도삼략과 천문 지리를 공부하더니 공이 이 일을 알고 크게 근심하여 왈, "이놈이 본대 재주 있으매 만일 범람한 의사를 두게 되면 성녀의 말과 같으리니 이를 장차 어찌 하리요."하더라. 이 때 초란이 무녀와 상자를 교통하여 공의 마음을 놀랍게 하고 길동을 없애고저 하여 천금을 버려 자객을 구하니 이름이 특재라. 전후사를 자세히 이르고 초란이 공께 고왈, "일전 상녀가 아는 일이 귀신같으매, 길동의 내사를 어찌 처치하시니잇가? 천첩도 놀라고 두렵워하옵나니, 일찍 저를 없이 함만 같지 못하리로소이다." 공이 이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려 왈, "이 일은 내 장중에 있으니, 너는 번거이 굳이 말라."하고 물리치나 심사가 자연 산란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인하여 병이 된지라. 부인과 좌랑 인형이 크게 근심하여 아무리 할 줄 모르더니 초란이 곁에 모셨다가 고왈, "상공 환후가 위중하심은 길동을 두심이라. 천한 소견은 길동을 죽여 없이 하면 상공의 병환도 쾌차하실 뿐 아니라 문호를 보전하오리니 어찌 이를 생각지 아니시나잇고?" 부인 왈, "아무리 그러나 천륜이 지중하니 차마 어찌 행하리요." 초란 왈, "듣자오니 특재라 하는 자객이 있어 사람 죽임을 낭중 취물같이 한다하오니, 천금을 주어 밤에 들어가 해 하오면 상공이 알으시나 할 길 없사오리니, 부인은 재삼 생각하소서." 부인과 좌랑이 눈물을 흘려 왈, "이는 차마 못할 바로되, 첫째는 나라를 위함이요, 둘째는 상공을 위함이요, 셋째는 홍문을 보존함이라, 너의 계교대로 행하라." 초란이 대희하여 다시 특재를 불러 이 말을 자세히 이르고, "금야에 급히 행하라."하니 특재 응낙코 받들기를 기다리더라.
차설 길동이 그 원통한 일을 생각하매 사각을 머무지 못할 일이로되, 상공의 엄령이 지중하므로 하릴없이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차야에 촉을 밝히고 문득 들으니, 가마귀 세 번 울고 가거늘 길동이 괴이 여겨 혼잣말로 이르되, "이 짐승은 본래 밤을 꺼리거늘, 이제 울고 가니 불길하도다." 하고 잠깐 팔괘를 벌려 보고 대경하여 서안을 물리치고 둔갑법을 행하여 그 동정을 살피더니 사경을 하여 한 사람이 비수를 들고 완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지라. 길동 몸을 감추고 진언을 염하니, 홀연 일진 음풍 일어나며 집은 간데 없고 첩첩한 산중의 풍경이 거룩한지라, 특재 대경하여 길동의 조화가 신기함을 알고 비수를 감추어 피하고자 하더니, 문득 길이 끊어지고 충암 절벽이 가리웠으니, 진퇴 유곡이라. 사면으로 방황하더니 문득 저 불기를 그치고 꾸짖어 왈, "네 무삼일로 나를 죽이려 하는가? 무죄한 사람을 불하면 어찌 천앙이 없으리요." 하고 진언을 염하더니, 홀연 일진 흑운이 일어나며 큰비 붓듯이 오고 서석이 날리거늘 특재 정신을 수습하여 살펴보니 길동이라. 비록 그 재주를 신기히 여기나, "어찌 나를 대적하리요."하고 달려들며 대호 왈, "너는 죽어도 원망치를 말라. 초란이 무녀와 상자로 하여금 상공과 의논하고서 너를 죽이려 함이니 어찌 나를 원망하리요."하고 칼을 들고 달라들거늘 길동이 분기를 참지 못하여 요술로 특재의 칼을 아서 들고 대매 왈, "네 재물을 탐하여 사람 죽임을 좋이 여기니, 너 같은 못된 놈을 죽여 후환을 없이 하리라."하고 한 번 칼을 드니, 특재의 머리 방중에 나려지는지라. 길동 분기를 이기지 못하여 이 밤에 바로 상녀를 잡아 특재 죽은 방에 들이치고 꾸짖어 왈, "네 날로 더불어 무삼 원수 있관데 초란과 한가지로 날 죽이려 하더냐?"하고 베이니 어찌 가련치 아니하리요. 이 때 길동이 양인을 죽이고, 건상을 살펴보니 은하수는 서로 기울어지고 월색은 희미하여 수회를 돕는지라. 분기를 참지 못하여 또 초란을 죽이고자 하다가 상공이 사랑하심을 깨닫고 칼을 던지며 망명도생의 생각하고 바로 상공 침소에 나아가 하직을 고코자 하더니, 이 때 공의 창외가 언적 있음을 괴이히 여겨 창을 열고 보니 이 곧 길동이라. 인견 욀, "밤이 깊었거늘, 네 어찌 자지 아니하고 이리 방황하느뇨?" 길동이 복지대왈, "소인이 일찍 부생모육지은을 만분지일이나 갚을가 하였더니 가내의 불의지인이 있사와 상공께 참소하고 소인을 죽이려 하오매, 겨우 목숨은 보전하였사오나 상공을 뫼실 길 없삽기로 금일 상공께 하직을 고하나이다."하거늘 공이 대경 왈,"네 무삼 변고가 있건대 어린 아회 집을 버리고 가려 하는다?" 길동이 대 왈, "날이 밝으면 자연 알으시려니와 소인의 신세는 부운과 같사오니 상공의 버린 자식이 어찌 방소를 두리잇고." 하며 쌍루가 종횡 하여 말을 이루지 못하거늘 공이 그 형상을 보고 측은히 여겨 개유 왈, "네 너의 품은 한은 짐작하나 금일로부터 호부호형함을 허하노라." 길동이 재배 왈, "소자의 일편지한을 여야께서 풀어 주옵시니 죽어도 한이 없소이다.. 복망 야야는 만수무강하옵소서." 하고 재배 하직하니, 공이 붙들지 못하고 다만 무사함을 당부하더라. 길동이 또 어미 침소에 가 이별을 고하여 왈, "소자가 지금 떠나오매 다시 뫼실 날이 있사오리니, 모친은 그 사이 귀체를 보증하소서." 춘섬이 이 말을 듣고는 무슨 변괴 있음을 짐작하나 아자의 하직함을 보고 집수통곡왈, "네 어데로 향코자 하는다? 한 집의 이사도 처소가 처간 하야 매양 모자 상봉함을 바라노라." 길동이 지배 하직하고 문을 나매, 문산이 첩첩하여 지향없이 행하니, 어찌 가련치 아니리요.
차설 초란이 특재의 소식 없음을 의아하여 사기를 탐지하니, 길동은 간 데 없고 특재의 주검과 계집의 시신이 방 중에 있다 하거늘 초란이 혼비백산하여 급히 부인께 고하니, 부인 또한 대경하여 좌랑을 불러 이 일을 이르며, 상공께 고하니 공이 대경실색왈, "길동이 밤에 슬피 하직함을 괴이 여겼더니, 이 일이 있도다." 좌랑이 금히 은휘치 못하여 초란이 실사를 고하매 공이 분노하여 일변 초란을 내치고 가만히 그 시체를 없이 하며 노복을 몰러 이런 말을 내지 말라 당부하더라. 각설 길동이 부모를 이별하고 문을 내매 일신의 표박하여 정처 없이 행하더니, 한 곳에 다다르니 경개 절승한지라. 인가를 찾아 점점 들어가, 큰 바위 밑에 석문이 닫혔거늘, 가만히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원광야에 수백 호 인가가 즐비하고 여려 사람이 모두 잔치하며 즐기니, 이 곳은 도적의 굴혈이라. 문득 길동을 보고 그 위인이 괴수를 정치 못하였으니, 그대 만일 용력이 있어 참여코저 할진대 저 돌을 들어보아라. 길동이 이 말을 듣고 다행하여 재배 왈, "나는 경성 홍 판서의 천첩 소생 길동이러니, 가중 천대를 받지 아니하려 사해 팔방으로 정처 없이 다니다가 우연히 이 곳에 들어와 모든 호걸의 동료 됨을 이르시니, 불승감사하거니와 장부가 어찌 저만한 돌 들기를 근심하리요." 하고 그 돌을 들어 수십 보를 행하다가 던지니, 그 돌의 무게 천 근이라, 제적이 일시에 칭찬 왈, "과연 장사로다. 우리 수천 명중에 이 돌을 들 자 없더니, 오날날 하늘이 도우사 장군을 주심이로다." 하고 길동을 상좌에 앉히고, 술을 차례로 권하고 백마 잡아 명세하며 언약을 굳게 하니, 중인이 일시에 응낙하고 종일 즐기더라. 이 후로 길동이 제인으로 더불어 무예를 연습하여 수월 지내에 군법이 정제한지라, 일일은 제인이 이르되, "아등이 벌써 합천 해인사를 쳐 그 재물을 탈취코자 하나 지략이 부족하여 거조를 발치 못하였더니 이제 장군의 의향이 어쩌하시니잇고?" 길동이 소왈, "내 장차 발군하리니, 그대 등은 지휘대로 하라."하고 청포 흑대의 나귀를 타고 종자수인을 달리고 나가며 왈, "내 그 절에 가 동정을 보고 오리라." 하고 가니, 완연한 재상가 자재라. 그 절에 들어가 먼저 소승을 불러 이르되, "나는 경성 홍판서의 자제라. 이 절에 와 글공부하러 왔거니와 명일의 백미 이십 석을 보낼 것이니 음식을 정히 차리면 너희들도 한가지로 먹으리라." 하고 사중을 두루 살펴보며 후일을 기약하고 동구를 나오니 제승이 기꺼하더라. 길동이 돌아와 백미 수십 석을 보내고 중인을 불러 왈,"내 아모 날은 그 절에 가 이리하리라."하고 그 날을 기다려 종자 수십 인을 데리고 해인사에 이르니, 제승이 맞아 들어가니, 길동이 노승을 불러 문 왈, "내 보낸 쌀로 음식이 부족치 아니하더뇨?" 노승 왈, "어찌 부족하리잇가, 너무 황감하여이다." 길동이 상좌에 앉고 제상을 일제히 청하여 각기 상을 받게 하고, 먼저 술을 마시며 차례로 권하더니, 모든 중이 황감하여하더라. 길동이 상을 받고 먹더니, 문득 모래를 가만히 입에 넣고 깨무니 그 소리 큰지라, 제승이 듣고 놀라 사죄하거늘 길동이 거짓대로 꾸짖어 왈, "너희 음식을 이다지 부정케 하뇨? 이는 반다시 능멸함이라." 하고 존자에게 분부하여 제승을 다 한 줄에 결박하여 앉히니, 사중이 겁하여 아무리 할 줄 모른지라. 이윽고 수백 여 명이 일시에 달려들며 모든 재물을 다 제것 가져가 듯하니 제승이 보고 다만 입으로 소리만 지를 따름이다.
이 때 불복한이 마침 나갔다가 이런 일을 보고 즉시 관가에 고하니, 합천 원이 듣고 관군을 조발하여 그 도적을 잡으라 하니, 수백 장교 도적의 뒤를 쫓을 사 문득 돌아보니 한 중이 소라를 쓰고 또 장삼을 입고 뫼에 오라 외쳐 왈, "도적이 저 북편 소로로 가니 빨리 가 잡으소서."하거늘, 관군이 그 절 중이 가르키는 줄 알고 풍우 같이 북쪽 소로로 찾아가다가 날이 저문 후 잡지를 못하고 돌아가니라. 길동이 제적을 남편 대로로 보내고 저 홀로 중의 복색으로 관군을 속여 무사히 굴혈로 돌아오니, 모든 사람이 벌서 제물을 수탐하여 왔는지라, 일시에 나와 사례하거늘, 길동이 소 왈, "장부 이만 재주 없으면 어찌 중인의 괴수가 되리요."하더라. 이 후로 길동이 자호를 활빈당이라 하여 조선팔도로 다니며, 각 읍 수령의 불의로 재물 있으면 탈취하고 혹 자빈 무의 한자 있으면 구제하여 백성을 침범치 아니하고 나라에 속한 재물은 추호도 범치 아나하니, 그러므로 제적이 그의 취를 항복하더라. 일일은 길동이 제인을 모으고 의논 왈, "이제 함경 감사가 탐관오리로 준민고택하여 백성이 다 견디지 못하는지라, 우리 등이 그저 두지 못하리니, 그대 등은 나의 지휘대로 하라."하고 하나씩 흘러 들어가 아모 날 밤에 기약을 정하고 남문밖에 불을 지르니, 감사 대경하여 그 불을 구하라 하니, 관속이며 백성들이 일시에 내달아 그 불을 구할 사, 길동의 수백 적당히 일시에 성중에 달려들며 창고를 열고 정곡과 군기를 탐하여 북문으로 달아나니 성정이 요란하여 물끓듯하는지라, 감사 불의지변을 당하여 아모리 할 둘 모르더니 날이 밝은 후 살펴보니, 창고의 군기와 전곡이 비었거늘 감사 대경실색하여 그 도적 잡기를 힘쓰더니 홀연 북문에 방을 붙였으되 아모날 전곡 도적한 자는 활빈당 행수 홍길동이라 하였거든, 감사 발군하여 그 도적을 잡으려 하더라. 차설 길동이 제적과 한가지로 전곡을 많이 도적 하였으나 행여 노중에서 잡힐가 염려하여 둔갑법과 축지법을 행하여 처소에 돌아오니 날이 새고자 하였더라. 일일이 길동이 제인을 모으고 의논 왈, "이제 우리는 합천 해인사에 가 재물을 탈취하고, 또 함경감영에 가 전곡을 도적 하여 소문이 파다하려니와, 나의 성명을 써 감영에 붙였는지 오래지 아니하여 잡히기 쉬울지라. 그대 등은 나의 재주를 보라." 하고 즉시 초인 일곱을 만들어 진언을 염하고 혼백을 붙이니, 일곱 길동이 일시에 팔을 뽐내며 크게 소래 하고 한 곳에 모다 난만히 수작하니, 어느 것이 길동인지 아지 못하는지라. 팔도에 하나씩 흩어지되 각각 사람 수백 여 명씩 거느리고 다니니, 그 중에서 정 길동이 팔도에 다니며, 호풍환우하는 술법을 행하니 각 읍 창곡이 일야간에 종적 없이 가져가며 서울 오는 봉물을 의심 없이 탈취하니, 팔도 각 읍이 소요하여 밤에 능히 잠을 자지 못하고 도로에 행인이 끊겼으니, 이러므로 팔도가 요란한지라 감사가 이 일로 장계하니 대강하였으되, "난데없이 홍길동이란 대적이 있어 능히 풍운을 짓고 올라가지 못하여 작란이 무수하오니 그 도적을 잡지 못하오면 장차 어느 지경에 이를 줄 아지 못하오리니, 복망 성상은 좌우 포청으로 잡게 하소서."하였더라.
상이 보시고 대경하사 포장을 명초에 하실사 연하여 팔도 징계를 올리는 지라 연하여 때에 보니 도적의 이름이다 홍길동이라 하였고 전곡 잃은 일자를 보시니 한 날 한시라, 상이 크게 놀라사 가라사대, "이 도적의 용맹과 술법은 옛날 치위라도 당치 못하리로다. 아모리 신귀한 놈인들 어찌 한 몸이 팔도에 있어 한날 한시에 도적하리오. 이는 심상한 도적이 아니라 잡기 어려우리니 좌우 포장이 발군하여 그 도적을 잡아라." 하시니, 이 때 우포장 이 흡이 주 왈, "신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그 도적을 잡아오리니, 전하는 근심 마르소서. 이제 좌우 포장이 어찌 병출하오리잇가." 상아 옳히 여기사 급히 발행을 재촉하시니, 이 흡이 하직하고 허다 관졸을 거리고 발행할 시 각각 흩어져 아모날 문경으로 모임을 약속하고 이 흡이 약간 포졸 수삼 인을 다리고 변복하고 다니더니, 일일은 날이 저물매 주점을 찾아 쉬더니, 문득 일위 소년이 나귀를 타고 들어와 뵈거늘 포장이 답례하되, 한숨 지며 왈, "보천지하에 막비왕토요, 솔토지민이 막비왕신이라 하니 소생이 비록 향곡에 있으나 국가를 위하여 근심이로소이나." 포장이 거짓 놀라며 왈, "이 어찌 이름이뇨?" 소년 왈, "이제 홍길동이란 도적이 팔도로 다니며 작란하매 인심이 소동하오니 이놈을 잡아 없애지 못하오니 어찌 분한치 아니리오." 포장이 이 말 듣고 왈, "그대 기골이 장대하고, 언어가 충직하니 나와 한가지로 그 도적을 잡음이 어떠하뇨?" 소년 완, "내 벅써 잡고자 하나 용력이 있는 사람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 그대를 만났으니 어찌 만행이 아니리오마는 그대의 재주를 아지 못하니 그윽한 곳에 가 시험하자." 하고, 한가지로 행하더니 한곳에 이르러 높은 바위 위에 올라 앉으며 이르되, "그대 힘을 다하여 두 발로 나를 차 내리치라." 하고, 양 끝에 나와 앉거늘 포장이 생각하되, "제 아무리 용력이 있은들 한 번 차면 제 어찌 아니 떨어지리오." 하고 편생 힘을 다하여 두 발로 매우 차니, 그 소년이 문득 돌아앉으며 왈, "그대 진짓 장사로다. 내 여러사람을 시험하되 나를 요동하는 자 없더니 그대에게 차이여 오장이 울린 듯하도다. 그대 나를 따라오면 길동을 잡으리라." 하고 첩첩 산곡으로 들어가거늘, 포장이 생각하되, "나도 힘을 자랑함만 하더니 오날 저 소년의 함을 보니 어찌 놀랍지 아니리오. 그러나 이 곳까지 왔으니 설마 저 소년 혼자도 길동 잡기를 근심하리오." 하고 따라가더니 그 소년이 문득 돌아서며 왈, "이 곳이 길동의 굴혈이라. 먼저 들어가 탐지할 것이니 그대는 여기 있어 기다리라." 포장이 마음이 의심되나 빨리 잡아옴을 당부하고 앉았더니 이윽고 홀연 산곡으로 쫓아 수십 군졸이 요란히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는지라. 포장이 대경하여 피코자 하더니, 점점 가까이 와 포장을 결박하여 꾸짖어 왈, "네 포도대장이 이 흡인다? 우리들이 지부왕명을 받아 너를 잡으러 왔다." 하고 철삭으로 목을 옭아 풍우 같이 몰아가니 포장 혼불부테하여 아모란 줄 몰르는지라. 한곳에 다다라 소래 지르며 꿇어앉히거늘, 포장이 정신을 가다듬어 쳐다보니, 궁궐리 광대한데 무수한 황건 역사가 좌우에 나열하고, 전상을 일위 군왕이 좌탑에 앉아 여성 왈, "소인은 인간의 한미한 사람이라. 무죄이 잡혀왔으니 살려 보냄을 바라나이다."하고 심히 애걸하거늘, 정상에서 웃음소리 나며 꾸짖어 왈, "이 사람아 나를 자시 보라. 나는 활빈당 행수 홍길동이라. 그대 나를 잡으려 하매 그 용역과 뜻을 알고자 하여 작일에 내 청포소년으로 그대를 인도하여 이곳에 와 나의 위엄을 뵙게 함이라." 하고 언파를 좌우를 명하여 맨 것을 끌러 당에 앉히고 술을 권하며 왈,
"그대는 부지없이 다니지 말고 빨리 돌라가되 나를 보았다 하면 죄책이 있을 것이니 부대 이런 말을 내지 말라." 하고 다시 술을 부어 권하며 좌우로 명하여 내어 보내라 하니, 포장이 생각하되 내가 이것 꿈인가, 상시인가 어찌하여 이리 왔으며, 길동의 조화를 신기히 여겨 일어나고자 하더니 홀연 사지를 요동치 못하는지라 괴이 여겨 정신을 살펴보니, 가죽 부대 속에 들었거늘 간신히 나와 본즉 부대 셋이 나무에 걸렸거늘, 차례로 끌러 내어 보니 처음 떠날 제 데리고 왔던 하인이라. 서로 이르되, "이것이 어쩐 일인고. 우리 떠날 제 문경으로 모이자 하였더니 어찌 이 곳에 왔느뇨?" 삼인이 고 왈, "소인 등은 주점에서 자옵더니 홀연 풍운에 쌓이여 이리 왔사오니 무슨 연고를 아지 못함이로서이다. " 포장 왈, "이 일이 가장 허무 맹란하니 남에게 전설치 말라. 그러나 길동의 재주 불측하니 어찌 인력으로 잡으리오. 우리 등이 이제 저기 들어가면 필경 죄를 면치 못하리니 아직 수월을 기다려 가자." 하고 내려오더라. 차시 상이 팔도를 행관하사 길동을 잡으라 하시되 그 변화가 불측하여 장안 대로로 혹 초헌도 타고 왕래하며 혹 어사의 모양을 하여 각 읍 수령 중 탐관오리하는 자를 문둑 선참후계하되 가어사 홍길동의 계문이라 하니 상이 진노하사 왈, "이 놈이 각 도에 다니며 이런 작란을 하되 아모도 잡지 못하니, 이를 장차 어찌하리오." 하시고 삼공 육공을 모아 의논하시더니, 연하여 장계오르니 다 팔도의 홍길동이 작란하는 징계라. 상이 차례로 보시고 크게 근심하사 좌우를 돌아뵈시며 문왈, "이놈이 아마도 사람은 아니요, 귀신의 작폐니 조신 중 뉘 그 근본을 짐작하리오?" 일인이 출반주 왈, "홍길동이 전임이조판서 홍모의 서자요, 병조 죄랑 홍인형의 서제오나 이제 그 부자를 나래하여 진문하시면 자연 아르실까 하나이다." 상이 익노 왈, "이런 말을 어찌 이제야 하는다?" 하시고, 즉시 홍모는 금부로 나수하고 먼저 인형을 잡아들여 친국 하실사 천위 진노하샤 서안을 쳐 가라사대, "길동이란 도적이 너의 서제라 하니, 어찌 금단치 아니하고 그저 두어 국가의 대환이 되게 하나뇨? 만일 접아들이지 아니하면 너의 부자의 충효를 돌아보지 아니리라. 빨리 잡아들여 조선 대변을 없게하라." 하시면 신이 죽기로서 길동을 잡아 신의 부자의 죄를 속하올가 하나이다." 상이 문라의 천심이 감동하사 길동을 잡지 못할 것이요, 일 년한을 정하나니, 수이 잡아들이라." 하시니 인형이 백배사은하고, 인하여 하직하며 즉일하여 감영에 도입하고 각 읍에 방을 붙이니, 이는 길동을 달래는 방이다.
기사의 왈, "사람이 세상에 나매, 오륜이 으뜸이요, 오륜이 있으매 인의례지 분명하거늘, 이를 알지 못하고 군부의 명을 거역하여 불충 불효하모면 어찌 세상이 용납하리오. 우리 부친이 널로 말미암아 병입골수하시고, 성상이 크게 근심하시니, 네 죄악이 관영한지라. 이러므로 나를 특별히 도백을 제수하사 너를 잡아들이라 하시니, 만일 잡지 못하면 우리 홍문의 누대청덕이 일조에 명하리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바라나니, 아오 길동은 이를 생각하여 일칙 자현하면 너의 죄도 덜릴 것이요, 일문을 보존하리니, 아지못게라. 너는 만번 생각하여 자현하라." 하였더라. 감사 아 방을 각 읍에 붙이고 공사를 전폐하여 길동이 자현하기만 기다리더니, 일일은 한 소년이 나귀를 타고 하인 수십을 거느리고, 원문 밖에 와 뵈옵기를 청한다 하거늘, 감사 눈을 들어 자세히 보니, 때로 기다리던 길동이라, 대경대희하여 좌우를 물리치고 손을 잡아 오열 유체 왈, "길동아, 네 한 번 문을 나매, 사생존망을 아지 못하여 부친께서 벙입고황하시건늘, 너는 가지록 불효를 끼칠 뿐 아니라, 국가의 큰 근심이 되게 하니, 네 무삼 마암으로 불중불효를 행하며, 또한 도적이 되어 나로 하여금 너를 잡아들이라하시니, 이는 피치 못할 죄라. 너는 일찍 경사의 나아가 천명을 순수하라." 하고 말을 마치매 눈물이 비오듯 하거늘, 길동이 머리를 숙이고 왈, "전생이 이에 이름을 부형의 위태함을 구코자 함이니 어찌 다른 말이 있으리오. 대저 대감께서 당초의 천한 길동을 위하여 부친을 부친이라 하고, 형을 형이라 하였던들 어찌 이에 이르리잇가? 왕사는 일러 쓸데없거니와, 이제 소제를 결박하여 경사로 올려 모재소서." 하고 다시 말이 없거늘, 감사 이 말을 듣고 일변 슬퍼하며 일변장계를 써 길동을 항쇄족쇄하고 함거에 실어 건장한 장교 십여인을 뽑아 압령하게 하고, 주야 배도하여 올려보내니, 각 읍 백성들이 길동의 재주를 들었는지라 잡아옴을 듣고 길이 메어 구경하더라. 차시 팔도에서 길동을 잡아리니 제가 서로 다투어 이르되 제가 정길동이라 나는 아니라 하며 서로 싸우니, 어느 사람이 정 길동인지 분간치 못할러라. 상이 고이히 여기사 즉시 홍모를 명초하사 왈, "자자막여부라 하니, 저 여덟 중 경의 아들을 찾아내라." 홍공이 황공하여 돈수청죄 왈, "신의 천생 길동은 좌편 다리에 붉은 점이 있사오니 일로 조차 알리소서이다." 하고 여덟 길동을 꾸짖어 왈, "네 지척에 임금이 계시고 아래로 네 아비 있거늘 이렇듯 천고에 없는 죄를 지었으니, 다 죽기를 아끼지 말라." 하고 피를 토하여 엎어져 기절하니, 상이 대경하사 약원으로 구하라 하시되 차도가 없는 지라, 여덟 길동이 이 경상을 보고 일시의 눈물을 흘리면, 낭중으로 좇아 혼약 한 개씩 내어 입에 드리오니 홍공이 반향후 정신을 차리니라. 길동 등이 상께 주 왈, "신의 아비 국은을 입었사오니, 신이 어찌 감히 불측한 행사를 하리오까마는, 신은 천비소생이라 그 아비를 아비라 못하옵고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평생 한이 맺혔삽기로 집을 버리고 적당의 참례하였사오니, 백성은 추호불범하옵고, 각 읍 수령의 준민고택하는 재물을 탈취하였사오나, 니제 십 년능 지내면 조선을 떠나 가올 곳이 있사오니, 복걸성상은 근심치 마시고 신을 잡는 관자를 거두옵소서."하고 말을 마치매 여덟 길동이 일시에 넘어지니, 자세 본즉 다 초인이라. 상이 더욱 놀라시며 정 길동을 잡기를 다시 행관하여 팔도에 나리시니라.
차설 길동이 초인을 없이하고 두르 다니더니, 사대문의 방을 붙였으되, "요신 홍길동은 아모리 하여도 잡지 못하리니, 병조판서 교지를 나리시면 잡히리다." 하였거늘 상이 그 방문을 보시고 조신을 모아 의논하시니, 제신 왈, "이제 그 도적을 잡으려 하다가 잡지 못하옵고, 도리어 병조판서 제수하심은 불가사문어인국이로소이다." 상이 옳히 여기사 다만 경상감사에게 길동 잡기를 재촉하시더라. 이 때 경상 감사 엄지를 보고 황공송률하여 어찌할 줄 모르더니, 일일은 길동이 공중으로 내려와 절하고 왈, "소제 지금은 정작 길동이오니, 형장은 아모 염려 마시고, 소제를 결박하여 경사로 보내소서." 감사 이 말을 듣고 집수유체 왈, " 이 무거한 아희야 너무 동기어늘, 부형의 교훈을 듣지 아니하고 일국이 소동케 하니, 어찌 애닯지 아니리오. 네 이제 정작 몸이 와 나와 보고 접혀가기를 자원하니, 도리어 기특한 아희로다." 하고 급히 길동의 좌편 다리를 보니 과연 홍점이 있거늘, 즉시 사지를 각별 결박하고 함거에 넣어 건장한 장교 수십을 가리어 철통같이 싸고 풍우 같이 몰아가되, 길동의 안색이 조금도 변치 아니하더라. 여러날 만에 경성에 다다르니 길동이 한 번 요동하매 철삭이 끊어지고, 함거 깨어져 마치 매암이 허물 벗듯 공중으로 오르매, 표연이 운무의 묻혀가니, 장교와 제군이 어이없어 공중만 바라보고 다만 넋을 잃을 따름이다. 할 수 없이 이 연유로 상달하온대, 상이 들으시고 왈, "천고에 이런일이 어데 있으리오."하시고 크게 근심하시니 제신 중 일인이 주 왈, "그 길동의 원이 병조판서를 한 번 지내면 조선을 떠나리라 하오니, 한 번 제 원을 풀면 제 스스로 사은하오리니, 이때를 타 잡음이 조을가 하나이다." 상이 옳히 여기사 즉시 홍길동으로 병조판서를 제수하시고, 사문의 방을 붙이니라. 이때 길동이 이 말을 듣고 즉시 사모 관대데 서대 띠고 높은 초헌을 한가롭게 높이 타고 대로상의 완연이 들어오며 이르되, 어제 홍 판서 사은하러 온다 하니, 병조 하속이 마자 호위하여 궐내에 들어갈 새 백관이 의논하되, "길동이 오늘 사은하고 나올 것이니, 도부수를 매복하였다가 나오거던 일시에 쳐 죽이라." 하고 약속을 정하였더니, 길동이 궐내에 들어가 숙배하고 주 왈, "소신이 죄악이 지중하옵거늘, 도리어 천은을 입아솨 평생 한을 푸옵고 돌아가오나 영결전하하오니, 복망성상은 만수무강을 하소서." 하고 말을 마치매. 몸을 공중에 솟아 구름에 싸이어 가니, 그 가는 바를 아지 못할러라. 상이 보시고 도리어 차탄 왈, "길동의 신기한 재주는 고금에 희한하도다. 제 지금 조선을 떠나노라 하였으니, 다시는 작폐할 길이 없을 것이오. 비록 수상하나 일달장부의 쾌한 마음이 있는지라 족히 염려없으렷다." 하시고 팔도에 사문을 내리사 길동 잡은 공사를 거두시니라.
각설 길동이 제 곳에 돌아와 제적에게 분부하되, "내 다녀올 곳이 있으니, 여등은 아모데 출입 말고 내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하고 즉시 몸을 솟아 남경으로 향하여 가다가 한 곳에 다다르니 이는 소위 율도국이라. 사면을 살펴보니, 산천이 천수하고 임물이 번성하여 가히 안신할 곳이라 하고, 남경에 들어가 구경하며 또 제도라 하는 섬 중에 들어가 두루 다니며 산천도 구경하고 인심도 살피며 다니더니, 오봉산에 이르러는 짐짓 제일 강산이라. 주회 칠백리요 옥야답이 가득하여 살기가 정히 의합한지라, 내심에 헤아리되, 내 이미 조선을 하직하였으니, 이 곳에 와 아직은 거하였다가 대사를 도모하리라 하고, 표현히 본 곳에 돌아와 제인에게 일러 왈, "그대 아모날 양천 강변에 가 배를 많이 만들어 모일에 경성 한강에 대령하라. 내 임금께 청하여 정조 일천 석을 구득하여 올 석이니, 기약을 어기지 말라." 하더라. 각설 홍공이 길동이 작란이 없으므로 신병이 쾌차하고 상이 또한 근심없이 지내더니, 차시 추구월 망간의 상이 월색을 따라 후원에 배회하실 새, 문득 일진 청풍이 일어나며, 공중으로서 옥저소리 청아한 가운데 한 소년이 내려와 상께 복지하거늘 상이 경문 왈, "선동이 어찌 인간에게 강굴하여 무슨 일을 이르고자 하나뇨?" 소년이 보지주 왈," 신은 전임 병조판서 홍길동이로서이다." 상이 경문 왈," 내 어찌 심야에 온다?" 길동이 대 왈, "신이 전하를 받들어 만세를 뫼시올가 하오나, 천비소생이라 문으로 옥당에 막히옵고 무로 선천에 막힌지라, 그러므로 사방에 오유하와 관부가 작폐하고, 조정의 득죄하옴은 전하가 알으시게 하옴이러니, 신의 소원을 풀어 주옵시니, 전하를 하직하고 조선을 떠나가오나 복망 전하는 만수무강아소서." 하고 공중에 올라 표연히 날거늘, 상이 그 재주를 못내 칭찬하시더라.
이후로는 길동의 폐단이 없으매, 사람이 태평하더라. 각설 길동이 조선을 하직하고 남경 땅 제도섬으로 들오가 수천 호 집을 짓고 농업에 힘쓰며 재주를 배워 무고를 지으매 군법을 연습하니 병정양족하더라. 일일은 길동이 살촉에 바를 약을 얻으러 망탄산으로 향하더니 낙천 땅에 이르러는 그 곳의 부자 백룡이란 사람이 있으니, 일찍 한 딸을 두었으되 재질이 비상하매, 부모 애중하더니, 일일은 광풍이 대작하여 딸이 간데 없는지라 백룡 부부가 슬퍼하며 천금을 흩어 사방으로 찾되 종적이 없는지라, 부부 슬퍼하며 말을 펴 왈, "아모라도 내 딸을 찾아주면 가산을 반분하고 사위를 삼으리라." 하거늘 길동이 그 말을 듣고 심중에 측은하나 하릴없이 망탄산에가 약을 캐며 들어가더니 날이 저문지라, 주저하더니 문득 사람의 소래 나며 등촉이 조요하거늘 그곳을 찾아가니 사람은 아니요, 요괴들이 앉아 지저귀거늘, 원래 이 짐승은 '율곧'이란 짐승이라, 여러해를 묵어 변화가 무궁하더라. 길동이 몸을 감추고 활로 쏘니 그 중 괴수가 맞은지라 모두 소래지르고 달아나거늘, 길동이 나무에 의지하여 밤을 지내고 도로 약을 캐더니 문득 괴물 수삼 명이 길동을 보고 문 왈, "그대는 무삼 일로 이 깊은 곳에 이르뇨?" 길동이 답 왈, "내 의술을 알매 이 산에 들어와 약을 캐더니, 그대들을 마나 다행하도다." 그것이 대희 왈, "나는 이 곳에서 산 지 오래더니, 우리 대왕이 부인을 새로 정하고 작야에 잔치하더니, 천살을 맞아 위중한지라. 그대 명의라 하니 선약으로 왕의 병을 고치면 중상을 얻으리라." 하거늘 길동이 생각하되, '이 놈이 작야에 상한 놈이로다.'하고 허락하되, 그것이 길동을 인도하여 밖에 세우고 들어가더니, 이윽고 청하거늘 길동이 들어가보니, 화각이 광려한 가운데 흉악한 것이 누워 신음하다가 길동을 보고 몸을 기동하여 왈,"보이 우연히 천살을 맞아 위태하더니, 시자의 말을 듣고 그대를 청하였으니, 이는 하늘의 살림이라. 그대는 재주를 아끼지 말라." 길동이 사사하고 왈, "먼저 내치할 약을 쓰고 비거 외치할 약을 씀이 좋을가 하노라." 그것이 응낙하거늘, 길동이 약낭의 독약을 내어 급히 온수에 화하여 먹으니 식경은 하여 한 소리 지르고 죽는지라. 모든 요괴 일시에 다려들거늘 길동이 신통을 내어 모든 요괴를 몰아치더니 문득 두 소년 여자가 애걸 왈, "첩 등은 요괴 아니라 인조 사람으로서 잡히어 왔아오니 잔명을 구하여 세상으로 나가게 하소서." 길동이 백룡의 일을 생각하고 거주를 물으니, 하나는 백룡의 딸이요, 하나는 조철의 딸이라. 길동이 요괴를 소청하고 두 여자를 각각 제 부모를 찾아주니 그 부모 대희하여 즉일에 홍생을 맞아 사위를 삼으니, 제일 백 소저라, 길동이 일조에 양처를 얻고 두 집 가권을 거느려 제도섬으로 가니 모든 사람이 반기며 치하하더라. 일일은 길동이 천문을 보다가 놀라 눈물을 흘리거늘 제인이 문 왈, "무삼 연고로 슬퍼하느뇨?" 길동이 탄 왈, "내 부모를 천상 성진으로 안부를 짐작하더니, 건상을 본즉, 부친 병세 위중하신지라 내 몸이 원처에 있어 및지 못할까 하노라." 하니 제인이 비감하여 하더라. 이튿날 길동이 월봉산에 들어가 일장 대지를 얻고 산역을 시작하되 석물을 국릉과 같이하고, 일척 대선을 준비하여 조선국 서강 강변으로 대후하라 하고 즉시 삭발위승하여 일엽소선을 타고 조선으로 향하니라. 각설 홍 판서 홀연 득병하여 위중한지라, 부인과 인형을 불러 왈, "내 죽으나 무한이로되, 길동의 사생을 아지 못하니 유한이라. 제 생존하였으면 찾아올 것이니, 적서를 분별치 말고 제 어미를 대접하라." 하고 명이 진하니, 일가가 망극하여 치상할 새 산지를 구하지 못하면 만망하더니, 일일은 문례 고하되, " 어떤 중이 찾아와 영위의 조문하려 하나이다." 하거늘 괴이 여겨 들어오라 하니, 그 중이 들어와 방성대곡 중인 상인에게 일장통곡한 후 가로되, "형장이 어찌 소재를 몰라 보시잇가?" 하거늘 상인이 자세히 보니 이 곧 길동이라, 붙들고 통곡 왈, "현재야, 그 사이 어대 갔더뇨? 부공이 생시의 유언이 간절하시매 어찌 인자의 도리오." 하고 손을 끌고 내당에 들어와 모부인께 뵈옵고, 춘랑을 상면할 새, 일장통곡 후 문 왈, "네 어찌 중이 되어 다니느뇨?" 길동이 대 왈, "소자 조선을 떠나 삭발위승하여 지술을 배웠더니, 이제 부친을 위하여 대지를 얻었으니, 모친은 물려하소서." 인형이 대회 왈,"네 재주 기이한지라 길지곳 얻었으면 무삼 염려 있으리오." 하고 명일 운구하여 제 모친을 데리고 서강 강변에 이르니 길동의 지휘한 바 선척이 대후 한지라.
배에 올라 살같이 저어 한 곳에 다다르니, 중인 수십 선척을 선상에 다다르니 인형이 자세히 본 즉 산세 웅장한지라 길동의 지식을 못내 탄복하더라. 산역을 마치매 한가지로 길동의 처소로 돌아오니, 백씨와 조씨 존고와 숙숙을 맞아 뵈온 후, 인형, 춘랑이 못내 길동의 지식을 탄복하더라. 여러 날이 되매 인형이 길동과 춘랑을 이별하고 산소를 극진히 뫼심을 당부한 후 산소에 하직하고 발항하여 본국에 이르러 모부인을 뵈온 후 전후 수말을 고한대 부인이 신기한 여기더라." 각설 길동이 제전을 극진히 받들어 삼상을 마치매 모든 영웅을 모아 무예를 익히며 농업을 힘쓰니 병정양족하니라. 남해중의 율도국이라 길동이 매양 유의하던 배라 제인을 불러 왈, "내 이제 율도국을 치고자 하나니 그대 등은 진심하라." 하고 즉일 진군할 새, 길동이 스스로 선두가 되고 마 숙으로 후군장을 삼아 정병 오만을 거느려 율도국 철봉산에 다다라 싸움을 도드니, 태수 김현충이 난데없는 군마가 이름을 보고 대경하여 일변 왕에게 고하여 일지군을 거느려 내달아 싸우거늘, 길동이 맞아 싸와 일합에 김현충을 베이고, 철봉을 얻어 백성을 안무하고 정철로 철봉을 지켜오고 대군을 휘동하여 바로 도성을 칠 새, 격서를 율도국에 보내니, 하였으되, '의병장 홍길동은 글월을 율도왕에게 부치나니, 대저 임군은 한 사림의 임군이 아니요, 천한 사람의 임군이라. 내 천명을 받아 기병하매 먼저 철봉을 피하고 물밀듯 들어오니, 왕은 싸우고자 하거든 싸우고 불연측일즉 항복하여 살기를 도모하라' 하였더라. 왕이 남필의 대경 왈, "아국이 전혀 철봉을 믿거늘 이제 잃었으니 어찌 저당하리오." 하고 제신을 거느려 항복하니, 길동이 성중에 들어가 백성을 안무하고 왕위에 즉위한 후 율도왕으로 의령군을 봉하고, 마 숙, 최 철로 좌우상을 삼고, 기여 제장은 다 각각 봉작한 후 만조백관이 천세를 불러 하례하더라.
왕이 치국 삼 년에 산무도적하고 도불습유하니 가위 태평성세더라. 왕이 백룡을 불러 왈, "내 조선 성산께 표문을 올리려 하니, 경은 수고를 아끼지 말라." 하고 표문과 서찰을 홍부에 부치니라. 백룡이 조서에 득달하여 먼저 표문을 올린대, 상이 표문을 보시고 찬 왈, "홍길동은 짐짓 기재로다." 하시고, 홍인형으로 위유사를 하이샤 유서를 나리시오니, 인형이 사은한 후 돌아와 모부인께 연중설화를 고한대 부인이 또한 가자 하거늘, 인형이 마지못하여 부인을 뫼시고 발행하여 여러 날 만에 율도국에 이르니, 왕이 맞아와 향안을 배설하고 유서를 받자온 후 모부인과 인형으로 받기며, 산소에 소분한 후 대연을 배설하여 즐기더라. 여러 날이 되매 유씨 홀연 득병하여 졸하니, 선능에 상장하고, 인형이 왕을 하직하고 본국에 돌아와 복명하온대, 상이 그 모상 당함을 위유하시더라. 파선 율도왕이 삼상을 마치매 대비이어 기세하매 선능에 안장한 후 삼상을 마치매 왕이 삼자, 이녀를 생하니, 장자, 차자는 백씨소생이요, 삼자, 차녀는 조씨 소생이라. 장자 현으로 세자를 보아고, 기여는 다 봉군하니라. 왕이 치국 삼십년에 홀연 득병하여 붕하니, 수가 칠십 세라. 왕비 이어 붕하매 선능에 안장한 후 세자 즉위하여 대대로 계계승승허여 태평을 누리더라. 상이 그 모상 당함을 위유하시더라. 파선 율도왕이 삼상을 마치매 대비이어 기세하매 선능에 안장한 후 삼상을 마치매 왕이 삼자, 이녀를 생하니, 장자, 차자는 백씨 소생이요, 삼자, 차녀는 조씨 소생이라. 장자 현으로 세자를 보아고, 기여는 다 봉군하니라. 왕이 치국 삼십년에 홀연 득병하여 붕하니, 수가 칠십 세라. 왕비 이어 붕하매 선능에 안장한 후 세자 즉위하여 대대로 계계승승하여 태평을 누리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