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돌아와 공사 전 찍어 두었던 사진 몇 장과 드라마 상도 촬영 사진 몇장을 챙겨들고 현장에 도착 한 것은 10시 경입니다.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 - 이곳이 이제 제 싸움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올라왔습니다.
오후 12시 경 .
서울에서 환경담당을 하시는 분께서 수경스님 소식을 전화로 전해 주셨는데 한동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그렇다하여도 누구도 원망을 못합니다.
아무튼 싸움은 끝나지 않았는데 이 운동을 이끄셨던 스님은 가셨습니다. 먹물옷의 수행자가 세상의 탁류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뜨거운 불화로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그동안 스님께서 혼자 힘드셨을 시간들을 헤아려보지만 그러나 그렇게 가신 분의 외로운 심경을 헤아리는 일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상심을 헤아리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오후 12시 경 .
이제 모래벌이 아름다운 이 강변들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그 책임을 저들에게만 물을 수 없기에 저는 이 강변을 떠나지 못합니다.
이 싸움에서 저는 기수입니다. 저들에게는 너무나 명확하게 다만 한 점으로 보이겠지만 그러나 저는 기수입니다.
이 깃대가 펄럭일 곳에 다시 태어나고 싶은 세상의 이야기가 있기에 저는 문수스님의 열반도 수경스님의 떠나가신 길도 가슴에 묻고 허공에 깃대를 세우고 다시 강가에 서있습니다.
기수가 깃대를 내려놓지 않으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이 노랗게 물들고 모래바람이 눈을 어지럽혀도 생명 있는 모든 것들에게 평화가 올 때까지 아픔의 땅에 남아 미래에 올 것들을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