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빛이 다 사라지기 전에 남지의 모래벌과 주남저수지의 풍경을 거둬두고 싶어 서울 법원의 조정 심리에 참석 한 뒤 그 길로 고속버스를 타고 창원(주남)으로 내려갔다. 1 하지만 주남 저수지에 도착했을 때는 굵은 비가 내렸고 빗속에서 흔들리며 겨우 몇카트의 가을 늪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주남에는 수백마리의 고니와 오리들이 깃들고 있었지만 처음 이곳에 왓던 2003년 겨울을 생각하면 철새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2 밀양에 계신 선생님 댁에서 하루밤을 묵고, 자전거를 빌려 수산에서 남지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는데 강변에는 '11월말까지만 경작, 이후는 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이 즐비하게 붙어있었다. 벌써 밭을 갈아 치우고 있는 곳도 있어 아직 수확하지 못한 무우밭은 진창이 되어 있었고 진창속을 뛰어 다닌 노루와 고라니의 흐트러진 발자국만이 선연하게 남아있는 곳도 있었다. 낙동강의 마지막 나루 낙동강의 마지막 나루였던 본포나루가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에 높은 제방이 쌓아지고 있었다. . 2009년 4월 2009년 11월 이제 사람들은 이곳에 노래를 좋아하는 주모가 살았던 작은 주막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이나 할까? 낙동강 물줄기를 헤져어 갔던 작은 나룻배도 ..... 본포나루를 지나 10km 정도 지나는 지점에서 함안보 건설현장과 마주쳤다. 가슴이 쿵했다. 착공식이 있다는 뉴스를 들은 것이 불과 닷새전인데 공사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설계와 발주가 나기 훨씬 전 부터 공사를 위한 도로가 정비 되었고 제방이 쌓아졌기에 기실 준공식이라는 것이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그러나 믿고 싶지 않았기에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수억년 동안 낙동강의 물줄기가 선물한 아름다운 남지 모래벌은 곳곳이 파헤쳐지고 이제 그 마지막 생명을 거두고 있다. 5억년의 역사가 파헤쳐지고 있는 현장에 동업의 무게로 서있다는 생각을 하니 다리가 후들거려 더는 한자국도 갈 수 없었다. 지나가는 트럭을 손들어 세워 자전거를 싣고 터미널까지 갔다. 눈만 가리면 모든 것이 가려지리라고 믿고 싶었던 어린 시절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외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남지 터미널에서 창녕쪽으로 나가는 표를 끊었고 자전거를 접어 차에 실으려고 끙끙거리며 끌고 가고 있는데 지켜보던 외국인이 자전거를 들어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어디서 오셨느지 여쭤보니 스리랑카에서 오셨다신다. 그는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있는 내가 여행객이라고 생각했던지 스리랑카에는 가을이 없다며 한국의 가을은 참 아름답다고 하신다. 버스는 다시 낙동강을 풍경으로 달리고 있는데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라 계속 정거장을 지나친다. 비온 뒤라서인지 이제 가을빛은 어디에도 없는데 스치고 지나 온 살풍경(殺風景)과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다는 말이 자꾸 귀에 맴돈다. ▶ 낙동강을 따라가 보자 (20-22일 일정, 교통편안내) 행사에 참여하실 분들께서는 열어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