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안동으로 돌아왔습니다.물길 걷기를 시작하면서 벌써 5번째 안동 땅을 밟게 되지만 안동에 대하여 더 많이 알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지난 8일,정부는 4대강 개발사업의 마스터블렌을 발표했고, 눈 앞에는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현장이 펼져있습니다. 소송으로 서울을 오르 내리느라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오늘에서야 겨우 국토부에 들어가 보도자료를 내려 읽어 보았고 이곳 저곳에서 발표한 성명서와 그에 대한 기사들도 챙겨 보았습니다. 그 모두 속에서 한결 같은 절망과 깊은 한숨이 느껴집니다.
저 역시 , 한조각 인연의 땅에서 보이지 않는 실체들과 싸우는 것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제가 서있는 시점을 지워버리는 일이 더 쉽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저러한 상념 속을 걷다가 문득, 헐거워져 가는 탑신을 묵묵히 바치고 있는 신세동 칠층석탑의 지대석 금강역사를 만났습니다.
국보 16호 신세동 칠층 전탑
안동댐으로 올라가는 왼편 길목에 국보16호 신세동 칠층석탑이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이곳을 지났지만 이 탑이 눈에 띈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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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것이 이 탑은 위의 사진에서 처럼 방음막으로 가려진 스산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기에 설사 탑신을 스쳐 갔다해도, 그 탑이 우리나라의 국보였다고는 생각치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전탑은 화려한 주변의 풍경들과 동떨어진 채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 같은 몸체를 힘겹게 가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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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상륜부는 소실되었고, 탑신의 벽돌들은 틀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았으며, 기단부의 문짝은 페인트칠한 나무판자로 붙여져 있었으며, 옥계석에는 풀들이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하대중석은 시멘으로 덮여 있었고 지대석인 사천왕과 팔부중상만이 안간힘으로 힘겹게 이 탑신을 받들고 있었습니다
옥개석
옥개석
기단부의 사천왕상과 금강팔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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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부의 사천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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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화살표가 전탑이 위치한 곳이지만 안동댐 주변의 안내판에는 기제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헐거워져가고 있는 탑사 주변에는 숙박업소와 식당가, 드라마 촬영세트장, 그리고 불과 20-3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바로 앞에는 강을 파헤치는 역사(力史)의 현장이 펼져 있습니다.
조상의 얼과 문화를 상품화하고 이제 그 시선을 산하로 옮겨놓고 있으니 왜곡되는 것이 어찌 역사 뿐이겠으며 두려워 떨고 있는 것이 어찌 사람 뿐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