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을집에 갔더니 어머님께서 영정사진을 찍으셨다며 액자를 들고 나오셨다. 사진 속에서 어머니는 갈색톤의 꽃무늬 한복을 곱게 입고 계셨는데 내 반응이 시쿤둥하자 - 다시 찍어야겠지? 너무 허옇게 나와서? - 그래야 겠네요. 별 생각없이 너무나 무덤덤하게 답하고 말았다. 돌아보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나는 별로 귀담아 들으려 하지않았다. 응급실에서 위급하다는 통지를 받고도 문병 한번 간 일이 없어 가족들로 부터 비난을 받기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평소 죽음을 반복되는 순환의 하나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제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듣는 순간 멈짓 당황했고 한동안 얼어 붙어 기사를 클릭해 들어 갈 수 조차 없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인터넷을 켜고 그 사실을 확인해 가면서 이유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집권 초기부터 그와 얽힌 인연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그 시간에 마음에 무엇이 왔다갔는지 잘 표현 할수는 없다.
그렇게 가신 노무현 전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인하여 25일 서울대에서 열기로 했던 운하 토론회가 취소 되었고 그에 맞추어 전시하기로 했던 낙동강 사진전이 취소되었다. 맥이 빠진 채 나는 두달 만에 처음으로 산막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은 일정이 있긴 했지만 무작정 터미널로 발길을 돌렸고, 영덕으로 내려오는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승강장 가판대에 놓인 조선일보 호회신문이 눈에 띄어 반사적으로 신문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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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말년 ‘취임 5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보이지 않는 언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 싯점에서 그들은 죽음으로 끝난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졌기 때문이다.
1면 : 고개숙인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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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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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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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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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면에는 눈을 감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7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을 애도한다> 는 제하의 사설이 실려있었다.
마지막 장인 8면 기사에는 <가난과 권위 지역주의 벽에 도전한 풍운의 삶> 이라는 제하의 기사와 자전거로 손주의 가마를 끄는 사진이 실려있었다.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언핏 이 순간 그들은 화해한 듯 보였고 비록 화해와 용서라는 말이 죽엄 앞에 놓여 있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렇게라도 머리 숙여주는 것이 고마웠다.
우리는 왜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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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보다 범죄를 다루는 기사가 더 잔혹하다는 것을, 사건보다는 사건을 유추하는 논리가 더 사람들을 격앙시키는 것을 나는 천성산 운동을 하면서 보았다. 누군가는 이 싸움에서 죽음을 택했지만 나는 살아서 그들을 법정에 세우고 있다.
조선일보와 나홀로 소송을 시작한지 꼭 1년 만인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화해 권고 결정안을 통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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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제시한 위 조정안에 대해 조선일보의 측의 대변인은 사실관계에 대한 5줄의 정정 보도는 받아 들일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어 지율스님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라고 하는 마지막 한 구절은 지면에 싣기 곤란하다고 했다. 법원은 사과의 문구를 수정하여 유감의 문구로 바꾸는 조정안을 냈고 그 한마디를 바꾸거나 바꾸지 않기 위해 심리는 다시 연기되었다.
단 한번도 사실관계를 확인을 하지 않은 채 100회 이상 기사를 쓰고, 사실관계를 인정한 후에도 여전히 단 한줄의 사과도 할수 없다고 하는 조선일보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자신을 내려 놓고 애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사가 조금은 남다른지도 모르겠다.
이제 사랑했건 미워했건 떠날 사람은 떠났고, 참이든 거짓이든, 옳든 그르든 시간은 무심히 흘러 갈 것이다. 그렇듯 역사는 이전에 왔던 것들 위에 이후에 오는 것들을 받아 들여 깊고 낮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흐름과 율동을 계속하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 끝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바라옵기는 ... 부디 깊고 슬픈 언덕에서 떨어져 내린 망자의 길에 안식과 평안이 함께 하기를.....
6월
이 어수선한 틈에서 소송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맘에 걸리지만.... 천성산 문제로 인한 몇 건의 심리가 진행되고 있어 제 마음의 쫏김이 그러함이라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6월에는 조선 동아심리 외에 도롱뇽 소송 2심의 재판관이었던 김종대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첫심리가 진행되며 중앙과 문화 일보 등을 다시 언론 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단 몇줄의 정정보도를 싣기 위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들을 거슬러 가는 것은 거짓인과로 촉발되는 상황들이 지금 이 땅에 무자비하게 행하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송의 진행 상황은 ...공간 홈피에 올려져 있으니 참고 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