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여행길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한적한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는데 7살 정도의 귀여운 소녀가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엄마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무어라 말하며 한참 때를 쓰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슬쩍 엿들어보니 소녀는 그가 허리에 둘러맨 백합꽃 수가 놓여진 가방을 갖고 싶다는 거였다. 톨스토이는 가만히 소녀에게 다가갔다.
"애야, 힘들겠지만 내일까지 기다리렴. 내일이 되면 나에게 이 가방은 소용없어질 것 같구나. 그땐 틀림없이 네게 이 가방을 선물하마. 자. 그만 울고..."
톨스토이의 상냥함에 소녀는 금방 울음을 그쳤고 약속에 대한 기대감으로 빰이 발갛게 물들었다. 사실 톨스토이에게 그 가방은 매우 소중한 친지의 유품이었다. 또 가방에는 그의 책과 기타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음날 저녁,톨스토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시골길로 돌아와 일부러 그 소녀의 집을 찾아 갔다. 그런데 소녀의 집에 도착해 보니 방금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소녀의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어제 톨스토이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온 후 아이가 갑자기 이름모를 병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톨스토이는 소녀의 어머니에게 묘지까지 안내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묘지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온 소중한 가방을 무덤 앞에 바치고 엄숙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