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심심풀이 땅콩’과 같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베푸는 큰 선행(?)이 하나 있다. 먹을 것을 주어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농담을 통해 그들의 ‘귀’만을 즐겁게 하여 주는 것이 그것이다. 1960년대말, 한 신문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주위에 있는 사람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실은 적이 있다. ‘대통령의 미소’란 제목의 이 사진은 박 대통령이 한마디하고 멋쩍게 미소를 지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 떼들이 모여들 듯이, 부자나 권력자 주위에는 그들의 눈에 들어 ‘한 건’잡아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갖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여 부자나 권력자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성경 시편은 ‘권력있는 사람들을 의지하지 말고 도울 힘이 없는 인간을 의지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오직 하느님만 의지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보다 눈에 보이는 인간에게 더 큰 기대를 하게 되는가 보다.
가난한 사람의 고통
맹자는 ‘몸을 굽실거려 웃는 것을 억지로 하면서 남에게 아첨하는 수고로움은 여름날 땡볕에 밭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고되다‘고 하였다. 정말 그렇다. 몸을 굽실거려 웃는 것을 식은 죽 먹듯이 하여야 하는 사람의 고충을 이루 말할 수 없을정도다. 필자도 사업을 한답시고 ‘불난 산의 토끼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이마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과 상대해야 했던 적이 있다. 그가 하는 농담은 정말 밥맛나지 않는 수준의 것이었지만‘한 건을 잡으려고’ 아첨의 웃음을 지어야 했는데, 그 고통은 땡볕에 밭에 나가 일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맹자 어른의 말씀을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이 아무리 재미있고 배꼽 잡고 포복 졸도할 농담을 하더라도 그 말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다. ‘지혜를 얻는 것은 금을 얻는 것보다 낫고 지식을 얻는 것은 은을 얻는 것보다 낫다’는 옛말도 있긴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듯하다. 아무리 지혜가 많고 현명한 사람이라도 돈이 없으면 ‘비단 옷 입고 밤길 가기’와 같이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