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6장 생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광주성
그렇다면 식물의 광주성 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의 길이, 즉 낮의 길이일까? 단일 식물, 장일 식물로 나누는 것을 보고, 여러분은 낮의 길이가 광주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광주성은 낮의 길이보다 밤의 길이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나라의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도꼬마리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데 끝이 뽀족한 잎을 갖고 있으며 여름에는 노란 꽃을 피운다. 도꼬마리는 단일 식물이다. 단일 식물인 도꼬마리를 재료로 해서 광주성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낮의 길이인가, 밤의 길이인가를 실험해 보았다.
실험은 두 가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도꼬마리를 여러 무리로 갈라 첫번째 무리는 6시간 동안 어둡게(밤)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명을 비추었다. 두번째 무리는 7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17시간은 밝게 했다. 세번째 무리는 8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네번째 무리는 9시간, 다섯번째 무리는 10시간, 여섯번째 무리는 11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밝은 조명을 비춰 주었다. 그랬더니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밤)이 지속된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웠고, 나머지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로서 도꼬마리는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이 지속되어야만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실험의 두번째 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번째 과정이란 낮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 밤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도꼬마리를 두 무리로 나누었다. 이번에는 두 무리의 도꼬마리에 빛을 비추는 시간에는 차이를 두지 않았다. 두 무리 모두 9시간은 어둡게 해 두고 나머지 15시간은 밝게 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 무리에게는 어두움이 지속되는 시간의 중간쯤에 밝은 섬광을 비추었다. 밤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무리에게는 조명을 비추는 시간의 중간 쯤에 조명을 중단해서 낮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다. 만일 밤의 지속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첫번째 무리는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고, 낮의 지속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면 두번째 무리가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밤의 지속 시간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왔다. 어두운 시간에 섬광을 비춘 도꼬마리가 꽃을 피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밝은 시간 동안 잠시 캄캄하게 한 도꼬마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꽃을 피웠다.
단일 식물은 밤의 길이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일 식물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장일 식물을 재료로 한 실험도 해 보았다. 똑같은 시간 동안 조명을 비추면서 한쪽에는 밤 시간에 섬광을 비추고, 다른 한쪽에는 낮 시간에 잠시 캄캄하게 했던 것이다. 결과는 단일 식물과 마찬가지로 밤 사이에 섬광을 준 쪽이 꽃을 피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광주성 시계에 의존해서 꽃을 피우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식물의 광주성 시계가 어느 부분에 들어 있는가를 알려는 실험이 시도되었다. 역시 도꼬마리를 재료로 한 실험이었다. 도꼬마리 두 그루를 화분에 심어 한쪽은 잎을 모두 따 버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잎을 하나 남겨 두고 다른 잎은 모두 땄다. 준비가 끝나자 이 두 화분을 하루에 9시간 이상 캄캄한 곳에 놓아 두었다.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잎을 모두 따 버린 화분에서는 꽃이 피지 않았고 잎을 하나 남겨둔 화분에서는 꽃이 피었다. 다른 실험도 시도되었다. 도꼬마리를 두 화분에 나누어 심은 뒤, 이번에는 잎을 모두 남겨 두었다. 그리고 한쪽 화분에서는 잎새 하나를 빛이 들지 않도록 싸 두고 이 두 화분에 하루 15시간 이상 조명을 비추었더니 잎새 하나를 싸둔 도꼬마리만 꽃을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잎새 하나가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잎새에 있던 광주성 시계가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두 실험을 통해 과학자들은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식물의 광주기성 시계는 잎에 있다는 것이다. 잎은 매일 낮에 햇빛이 비칠 때는 그 에너지로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든다. 하지만 밤이 되면 광합성을 마치고 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주성의 생물 시계가 작동을 해서 하루하루의 해의 길이, 즉 시간의 경과를 재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를 잴 뿐이 아니라 자라고,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뷔닝의 가설은 그가 가설을 내놓은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뷔닝의 가설만으로 광주성 시계의 태엽이나 톱니바퀴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광주성 시계의 신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어둠 속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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