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애벌레, 번데기의 시기를 거치면서, 계속 빛이 한 점도 들지 않는 캄캄한 환경에서 자란 초파리의 번데기들은 어떨까?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자란 초파리의 우화는 어느 특별한 시간에 집중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계속 조금씩 조금씩 엄지벌레가 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생물 시계가 멈춰 버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실험 대상이 된 초파리의 번데기는 수천 마리나 되었다. 그런데 이 각각의 개체가 가진 시계는 처음부터 조금씩 조금씩 차이가 나면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생물 시계가 없는 것처럼 뿔뿔이 시간을 달리해 우화한 것뿐이다. 암흑 속에서도 생물 시계가 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실험을 해 보았다.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살아온 초파리의 번데기들에게 잠시 동안 조명을 비춰 주었다. 그러자 번데기들이 우화하는 시간이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리듬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번데기 때가 아니라 알이나 에벌레 시기에 조명을 비추어도 우화의 리듬이 생겨났다. 조명을 그리 오래 비출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1초의 1000분의 1이라는 짧은 순간 조명을 비추어도 우화의 24시간 리듬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잠깐 동안의 조명에 의해 모든 초파리의 새끼들이 가진 생물 시계가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물 시계가 시각을 맞출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는 빛 뿐만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온도 자극으로도 24시간 리듬이 개시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척추동물이 태어나자마자 그 즉시 분명한 활동의 리듬을 나타내 보인다. 닭을 예로 들어 보자. 닭은 알에서 부화한 직후, 즉 갓 깨어난 병아리일 때부터 주기적인 활동을 나타낸다. 새나 도마뱀은 알의 시기에서부터 계속 한 점 불빛도 없는 암흑 속에서 키워도, 알에서 깨나자마자 서커디언 리듬을 나타낸다. 그러면 우리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 갓 태어난 아기는 하루 온종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일만을 반복한다. 하지만 생후 6주가 지난 다음부터는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후 15주 후가 되면 잠들고 깨어나는 리듬이 확실히 정해진다.
어떤 곤충의 경우에는, 우화하는 리듬이 어미 곤충이 받은 빛의 주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생물 시계의 리듬이 곤충의 난소를 통해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식물에서도, 동물에서도, 생물 시계의 주기는 각 개체의 고유한 길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주기는 앞에서 예를 들었던 들쥐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항상 밝게 해 둔다든가 항상 어둡게 해 둔 조건에 놓이기 전에 주어진 명암의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생물 시계의 주기는 명암의 조건 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도 변화할 수 있다. 햄스터나 들쥐를 대상으로 해서 나이에 따라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는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조사되었다. 다양한 나이의 햄스터와 들쥐를 인공적인 밤과 낮 속에서 살게 하다가 갑자기 항상적인 어둠 속으로 옮겼다. 그리고 자유 진행 리듬의 주기를 재 보았다. 결과는 나이가 많을수록 주기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