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5장 생물 시계의 작용
시차 이야기
최근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사업을 목적으로, 혹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또는 관광을 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학을 이용해서 적은 경비를 들여 유럽 등지로 배낭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중국이나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지구 반대쪽 끝에 있는 먼 나라에 1주일이나 10일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다녀 온 사람들은 시차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시차란 어떤 것일까? 시차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너가 꿀벌을 실험 대상으로 해서 대양을 건너는 실험을 했던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파리로 대양을 건너 비행기로 수송되었던 꿀벌들은 새로운 곳에 도착한 첫날, 현지의 시각과는 전혀 무관한 행동을 보였다. 원래 있던 곳의 시간에 맞추어 꿀을 모으러 나갔던 것이다. 여러분이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후 10시에 출발해서 9시간 동안 날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고 하자. 샌프란시스코의 현지 시각은 김포 공항을 출발했던 날과 같은 날의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시간으로는 김포 공항을 출발했던 다음 날 아침 7시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아침 7시는 우리 나라 시간으로는 한밤중인 0시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직후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졸린 상태가 계속 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침 7시가 되어도 여러분의 몸은 밤 0시에 머물어 있고 오후 3시라고 해도 여러분의 몸은 아침 8시에 머물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저녁이 오고 밤이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다시 독일의 뮌헨으로 날아간다고해도 마찬가지 일을 겪어야 할 것이다. 김포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것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뮌헨으로 날아가는 것은 모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김포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뮌헨으로 갑자기 날아간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밤이 7~8시간 정도 짧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간만큼 밤과 낮의 변화가 앞서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현지 시간에 신체의 리듬을 맞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사람들은 꿀벌처럼 무조건 시차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는다.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지의 시간에 맞추려고 계속 노력을 한다. 따라서 7시간의 시차가 있어도 현지의 시간이 밤이 되면 잠을 자려 하고, 낮이 되면 활동하려 한다. 따라서 첫날부터 현지의 시간에 맞추어 잠을 자고 깨는 사람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3일에서 5일에 걸쳐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생리적인 현상은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체온과 같은 생리적인 리듬은 의지의 힘만 가지고는 조정할 수가 없다. 아무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첫날부터 밤에는 잠자고 낮에는 깨어나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효소의 작용이나 체온, 혈압까지 딱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생리적인 리듬은 매일 조금씩 조금씩 현지의 시간에 맞추어 이행해 간다. 그리고 약 1주일이 지나야만 7시간의 시차를 따라잡아 새로운 장소의 환경 주기에 맞는 정상적인 리듬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1주일이나 10일 정도로 짧은 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껴 고생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다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와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이동하는 경우는 똑같을까? 아니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것과 반대의 경우, 즉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 나라로 돌아오는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을 때에는 시간이 7시간 빨라졌다.그러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온 경우는 시간이 7시간 늦추어진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밤이 되었든, 낮이 되었든 어느 한 쪽의 시간이 갑자기 길어졌다고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우리 나라의 환경 주기에 적응하기까지는 며칠의 이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동했을 때, 즉 시계 바늘이 앞으로 나아가는 경우보다는, 동쪽에서 서쪽 방항으로 이동했을 때, 즉 시계 바늘이 뒤로 물러서는 경우의 이행기가 훨씬 짧다고 한다. 더욱 빨리 새로운 밤과 낮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 사람의 경우 생물 시계의 주기는 보통 25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람들은 하루 24시간보다 긴 주기의 생물 시계를 갖고 있고, 따라서 시간이 빨라졌을 때보다는 늦추어졌을 때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을 때보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 나라로 날아왔을 때, 피로감을 덜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여러분도 언젠가는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시차에 대한 이런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여러분이 여행을 떠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앞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될 때에는, 시차와 생물 시계의 이행 기간을 고려해서 너무 피로한 여행이 되지 않도록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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