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왁스층 외피를 가진 곤충류나 거미류에 있어서 호흡을 위해 가스를 교환하는 일은 동시에 수분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호흡을 하면서도 수분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거미의 두 종류,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와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를 비교 관찰해 보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 두 종류의 거미가 살아가는 영역은 어느 정도는 겹쳐 있지만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조금 건조한 환경에 사는 경향이 있다.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서 이들 거미의 활동을 기록해 보면, 양쪽 모두 야행성의 습성을 갖고 있고, 활동의 90% 이상이 밤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수분을 잃는 정도를 보면 양쪽 모두 섭씨 35도 이상의 건조한 공기에서는 증발을 통해 똑같은 정도로 조금씩 수분을 잃지만, 그 이하에서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 쪽이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보다 폐서(거미의 호흡기관)로부터 훨씬 빨리 수분을 잃는다. 그리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0%가 되면 양쪽 모두 수분을 잃는 속도가 배로 느는데, 이는 호흡을 위해 폐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대 습도 50%라는 건조한 공기 속에서 살아남는 시간의 길이는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 쪽이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길다. 거미의 경우 체중의 5분의 1에서 4분의 1 사이의 수분을 빼앗기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최고 속도로 계속 달리게 하면 아마우로비우스 시밀리스가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보다 더 빨리 지친다. 그러나 산소를 공급해 주면 양쪽 모두 훨씬 오래 달릴 수 있다. 에테르 증기를 쏘이면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 쪽이 더 빨리 마취된다. 이는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의 폐서에 이파리 모양을 가진 갈피가 더 많기 때문이다. 아마우로비우스 페록스는 호흡기의 표면적이 더 크기 때문에 활발한 활동을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환경에서 주어지는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활동을 위해 호흡해야 한다는 목적과 수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목적은 이렇게 서로 모순된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거미도 그랬지만, 물이나 공기를 통과시키지 않는 외피를 가진 곤충류 중에도 야행성을 보이는 것이 있다. 또 커다란 몸집을 갖고 있어서 몸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수분의 손실이 적은 척추동물의 경우에도 야행성 행동을 보이는 것이 있다. 이렇게 수분의 손실이 적은 동물이 야행성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 될 것이다. 이는 사막의 동물에서 보았듯이 기온이나 습도 같은 환경의 물리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고, 먹이와 같은 환경의 생물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