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1장 생물 시계의 발견
어디에서나 보이는 자연의 리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디에나 규칙적인 리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규칙적인 리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꼽아 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24시간을 주기로 밤과 낮이 교대로 찾아오는 일일 것이다. 밤과 낮의 변화는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1번씩 돌기(자전) 때문에 생긴다. 자연 환경에서 보이는 규칙적인 리듬으로는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교대로 찾아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4계절의 변화는 여러분 모두 알고 있듯이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고 지구가 그 공전하는 면에 대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이유로 낮의 길이도 변하고 온도도 변해 계절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꼽을 주기적인 변화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 번째 주기적인 변화는 바닷가에서 보이는 조수의 간만, 다시 말해서 밀물과 썰물이다. 조수 간만이 생기는 이유는 달이 지구와 태양에 대해 복잡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루에 대략 2번씩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가며 지는 것이다. 이때 밀물이 밀려 왔다가 다시 썰물이 져서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일이 두 번 되풀이될 때 걸리는 시간은 24.8시간이다.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조수 간만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이다. 보통 한 번 초승달이 뜨고 다시 똑같은 모양의 초승달이 뜰 때까지는 약 29.5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의 한 달은 29일과 30일이 교대로 되풀이된다.
지금까지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유일한 행성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이다. 그리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모두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환경의 리듬 속에서 수십억 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환경의 리듬에 대응해서 그것을 이용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을 발달시켜 왔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산이나 들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릴 것 없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쉬고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동물은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곤충이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대략 80만 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동물을 4로 보았을 때, 3에 해당되는 막대한 숫자이다. 곤충은 완전 변태를 하는 종류와 불완전 변태를 하는 종류로 나뉜다. 완전 변태를 한다는 말은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엄지벌레(성충)가 되는 모든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고, 불완전 변태를 한다는 것은 알이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자라 엄지벌레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불완전 변태는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 변태를 하는 많은 곤충은 하루 중에서 가장 습도가 높은 때인 동이 트기 직전의 새벽녘에만, 번데기의 허물을 뚫고 엄지벌레가 되어 이 세상으로 나온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엄지벌레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 환경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번데기의 허물을 벗는 곤충뿐만이 아니다. 매일매일 동이 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보라. 제일 부지런한 동물은 수탉일 것이다. 수탉은 매일 새벽 꼬끼오- 하고 길게 빼는 울음 소리로 사람들의 새벽잠을 깨운다. 그러면 조용하던 새들이 하나씩 둘씩 지지배배 소리를 내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아침을 활기차게 맞는 것은 동물들뿐만이 아니다. 밤 사이 얼굴을 오무리고 있던 나팔꽃들도 활짝 웃는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미모사도 접었던 잎을 활짝 편다. 그리고 해가 점점 더 높이 떠오르면 꿀벌을 선발대로 해서 갖가지 곤충이 꿀샘을 찾아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든다. 키가 큰 해바라기는 하루 온종일 해바라기를 한다. 풀과 나무는 잎을 있는 대로 화들짝 펼치고 햇빛을 받아들여 그 에너지로 영양분을 만들어 낸다. 여러 동물이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쏘다닌다. 이렇게 분주한 하루가 가고 다시 해가 기운다. 해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간다. 그러면 낮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던 생물은 조용히 휴식에 들어간다. 하지만 밤이라고 해서 모든 생물이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생물에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생물로 바뀌는 것뿐이다. 야행성 생물은 바퀴벌레나 쥐, 박쥐, 부엉이, 이리 등이다. 이들이 밤의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물이 낮이나 밤 중 하나를 택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모기 같은 곤충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시간을 택해 활동한다. 여러분은 모기 떼가 하루에 두 번, 새벽녘과 저물녘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발견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람은 어떤가? 사람은 낮에 주로 활동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체온은 새벽에는 낮아지고, 오후에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생물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바닷가의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아무래도 바닷물이 들고 나는 조수 간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닷가의 생물 중에는 조수 간만에 따라 활동의 리듬을 바꾸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게들이 보름달 밤에만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생물이 보이는 활동에는 하루나 한 달을 두고 변화하는 것도 있지만, 1년을 주기로 해서 변화하는 것도 있다. 가장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겨울잠, 즉 동면일 것이다. 개구리나 뱀, 고슴도치, 다람쥐 같은 동물은 겨울이 오면 활동을 중지하며 겨울잠을 자고, 봄이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1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것은 이밖에도 또 있다. 귀뚜라미과에 속하는 곤충인 방울벌레는 가을이 오면 수컷이 두 날개를 비벼 고운 방울 소리를 낸다. 그리고 흔히 백조라고 불리는 고니라는 새는 방울벌레가 아름답게 노래할 때쯤이면 시베리아를 떠나 우리 나라로 찾아와 겨울을 난다. 우리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가 되면 봄이 온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시베리아로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고니가 날아가면 대신 강남 갔던 제비가 우리 나라를 찾아온다. 물론 제비는 가을이 되면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간다. 생물은 어떻게 해서 이런 주기적인 활동의 리듬을 갖게 된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주변의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진화를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활동 리듬을 초래하는 것은 낮과 밤, 계절의 변화, 조수 간만과 같은 자연의 리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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