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센 퀀틴 형무소의 사형수 감방에 갇혀 있던, 저주받은 한 사형수가 평범한 트럼프 카드로 만든 사제 폭탄을 터뜨려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였다. 갇혀 있는 한 사형수의 두뇌에서 나온, 가장 천재적으로 '교수대를 피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폴란드계의 무식한 벌목꾼이었던 윌리엄 코거트는 주머니칼로 한 여인을 살해한 죄로 체포되어 사형 언도를 받게 되었다. 모든 희망을 잃고 감방에 앉아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눈앞에 사형대의 올가미가 어른거리고 있었고 사형대로 향하는 13개의 층계를 밟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갑자기 그의 충혈된 눈에 한 줄기 섬광이 빛났다. 그리고 그는 차근차근 자신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침대에서 속이 빈 짧은 쇠파이프를 빼낸 후 몇 점 안 되는 자신의 소지품을 뒤져 평범한 트럼프용 카드를 꺼낸 그는, 그 카드에서 빨강 다이아몬드와 하트가 인쇄되어 있는 부분을 모두 떼어 아주 잘게 조각을 내었다. 유난히 고요한 그날 밤은 무척 길었지만 이웃 감방에 있던 8명의 다른 죄수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는 잘게 조각이 난 빨간색의 카드 종이를 세면대에 담가 물에 적신 후 그것을 꺼내 옛날 구식 나팔총에 화약을 다져넣듯이 쇠파이프에 넣기 시작하였다. 이때 사용된 빗자루 막대기가 이 괴상한 폭탄을 만드는 데 동원된 또 하나의 도구가 된 셈이다. 그는 이 빗자루를 사용하여 종이 조각들을 파이프 안에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게 다져넣은 것이다. 그는 이 카드가 강한 폭발성이 있는 트리니트로에서 합성된 섬유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폭탄이 준비되었다. 그는 난방과 조명을 겸용으로 사용하는 램프를 조심스럽게 내려 불을 켠 후 그 조그마한 불꽃 위에 파이프를 올려놓았다. 잠시 후 파이프에서는 수증기와 가스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파이프가 충분히 뜨거워지자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의 머리를 그 살인적인 장난감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아무도 알 길이 없지만 형무소의 회색 벽에 먼동이비칠 무렵 갑자기 무시무시한 폭탄이 터지면서 그 소리가 형무소 주위 몇 킬로미터 반경까지 울려 퍼졌다. 인근의 민가에서 잠을 자던 간수들이 깨어나고 감방에 있던 죄수들이 침대에서 나뒹굴어졌다. 형무소의 비상 경보가 울리자 간수들은 그 폭발음이 죄수들의 탈출 신호인 줄 알고 자신들의 근무 초소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하지만 허둥지둥 달려가던 간수들의 흥분한 듯한 발길은 흉측하게 부서진 1651호 감방 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사형수 윌리엄 코거트는 교수형을 감쪽같이 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