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초의 명재상으로 널리 알려진 황희 정승의 일화에 이런 것이 있다. 그는 청백하여 살림이 군색하였으나 마음이 너그럽고 통이 커서, 보통 사람으로는 감당 못할 일을 곧잘 하였다. 하루는 집에서 부리는 두 종년이 서로 싸우고 와서 호소한다.
"아무개 년이 이리이리 하여서 쇤네가 이리이리 하였사온대 제 말이 옳습죠?" "오냐 네 말이 맞다" 상대방 여자가 달려와서 제 입장을 발명하며 떠드니까 "오냐 네 말이 맞다" 서로 주장하고 싸웠는데 둘 다 맞을 리는 있을 수 없다. 부인이 옆에서 보다가
"아이 참 대감 딱도 하시오. 아무개 년은 이렇고 요년은 이러니 이 말이 옳지 그래 다 옳다는 말이 어딨어요?" "그래 그래 당신 말이 옳소"
이렇게 대답하였더라고 한다. 하기야 주장하는 한편 말만 들으면 제각기 다 옳지 않은 바도 아니지만, 이렇게 무능한 분이 어떻게 조정에 섰나 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하루는 대궐에 사진하려고 관복을 정제하고 의자에 앉아 떠날 차비 되기를 기다리는데, 부인은 그 방에 들어서다 말고 무리청 하였다. 전신에서 뚝뚝 넘쳐 흐르는 위엄, 찬 바람이 훵 돌 지경이다. 황 정승은 빙그레 웃으며 "우리 마누라가 이제야 정승을 알아 보는군!" 하였더라니 조정에서의 그의 태도를 미루어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