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후기 정조 때 무식한 판서로 유명한 이문원이란 분이 있었다. 그 양아버지 이천보가 사도세자(속칭 뒤주대왕)를 위해 애쓰다가 자결한 때문에 정조는 서로의 아버지 생각을 하고 공부가 없는 줄 알면서도 그를 중요하였다. 이문원 역시 무식한대로 기지와 배짱으로 진심껏 봉사하여 가지가지 일화를 남기고 있다.
한 번은 간소배들이 그를 과거에 도시관으로 천거했는데 "내야 무어 알겠오? 대감들 요량껏들 하시오" 해 놓고, 얼마만에 "집의 애들도 커 가는데 거 글씨 잘 쓰고 글 잘된 거 있거든 몇 장 골라 봐 주시구료" 하였다. 멋모르는 시관들이 골라 주었더니 그것으로 발표를 해 버려, 이조 오백 년에 전무후무하게 공평한 과거가 되었더라고 한다. 그가 한 번은 남산에서 놀이가 있어 나갔더니 시들을 짓는다고 야단들이다. 그래 선수를 쳤다.
알각달각 등남산 하니 승지 참판 영감내라 언문진서를 섞어 작하니 시비자는 황견자라. 따지는 놈은 우렁개 아들이라 하였으니, 좋으니 그르니 말도 못하게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