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화란 본시 목련을 가리킨 말이지만 흔히는 봄에 일찍 피는 개나리를 이렇게 부른다. 개화기의 선각자요 왜정 때 기독교청년 회장으로 민족의 지도자였던 월남 이상재는 날카로운 풍자로 사람의 폐부를 궤뚫는 많은 교훈을 남겼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유머에 차 있었다. 그가 어느 자리에 이완용을 면대하여 말하였다.
"대감 일본으로 가십시오. 대감이 계셔서 조선이 망했으니 일본이 망해야 우리가 독립이 될 것이다. 그러니 대감이 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번은 조선 사람으로서 일본 총독부 벼슬하는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 들어서면서 마치 준비나 하였던 것 같이 "이크 신이화가 많이 폈군!"
둘레의 사람들은 한참만에야들 깨닫고 어이없어 속으로들 웃었다. 신이화란 개나리요, 왜놈 밑에서 벼슬을 하니 개 나으리라는 뜻이다. 그가 또 어느 자리에서 "65세의 청년 이상재는..." 하였다. 모두들 웃으니까 "내가 청년회장인데 회장이 청년이 아니면 어떤 놈이 청년이란 말이냐?"하여 한국 사람의 조로증을 빈정거리기도 하였다. 한 번은 형무소에 갇혔다가 풀려 나왔는데 길에서 만난 제자가 인사를 하였다.
"선생님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그랬더니 대답은 않고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넨 지금 호강을 하고 있는 셈인가?" 그의 날카로운 구변이 대충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