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조선 선조 때의 일이다. 난리다 나리라는 등 소문이 뒤숭숭하던 판국이라 임금은 지인 지김이 있는 어떤 명사에게 사람 하나 천거 하라고 부탁하였단다. 그랬더니 얼마만에 들어와 복명하기를 "어명대로 하나 구하긴 했습니다만은 워낙 쇠약해 있으니 삼 서근만 하사해 주시면 소복도 되려니와 특히 역량을 발휘하여 봉사할 것입니다"
그래 어련하랴 하고 삼을 내보내 주었는데 그 뒤 데리고 들어온 것을 보니 자 세치 관복이 끌린다고 하는 작은 체수에 얼굴은 흐르고 도무지 볼품이 없다. 임금은 어이가 없어 내뱉듯이 말했다.
"삼 서근 버렸군!"
다른 이 아닌 오리 이원익이다. 훗날 임진왜란을 당하여 임금 선조는 팔자에 없는 피난 길에 오르게 됐는데 아무리 초조한 몽진길이라도 수라가 번번히 늦어 시장해 배길길이 없다. 그래 담당자를 불러 나무라니까 "다름아니라 이원익이 와서 먼저 한 가지씩 줏어 먹고는 뙤약볕에 한참씩 드러누웠다가 들여보내기 때문에 늘 이렇게 늦습니다" 하는 대답이라 그를 불러 탄했더니 "이 분란 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 신이 먼저 한 가지씩 먹어 본 것이고 만약에 독이 들었더라고 볕에 누웠으면 빨리 퍼질 것이라, 그래서 신의 소견껏 하였을 뿐이옵니다"
임금은 그제사 고개를 끄덕이며
"삼 서근 찾았군!"
그는 뒤에 수 팔십을 넘기고 원로대신으로 광은연중 고문 구실을 하여 세상이 바로잡히는 것을 보고야 세상을 떠났다. 삼 서근이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