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까지 우리 나라에는 똑똑한 연극이 없었다고들 말하고 있는데 물론 지금 안목으로 보아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탈춤이라는 무용을 주로 한 가면극이 있는데 황해도의 봉산, 경기도 양주 것이 널리 알려져 왔다. 이것은 일본에서는 이미 소멸된 기악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서 중국 남방으로부터 수입되어 온 것임을 문헌을 통해 살필 수 있다. 또 사자도 일반 서민 사이에 널리 애호되어 수원성을 쌓았을 때의 실황을 그린 것을 보면 역군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쌍 사자를 놀리는 광경이 나타나 있다. 이 사자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던 것인데 전기 봉산의 경우는 탈춤과 어울려서 연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탈춤은 모두 열 두 마당으로 구분되어 거의 전승한대로를 연기하는데 그 중에 말뚝이 과장이라는 것이 있다. 취발이가 "말뚝아 말뚝아" 수없이 불러도 딴전을 부면서 퉁명스럽게 "네 네" 대답만 한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 생겼을 때는 과거에 탈춤이 얼마나 민중에게 친근한 존재였던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멀쓱하니 키 큰 여자더러 "왜장녀 같다" "취발이 상투 짜나 마라" 하는 유의 말도 이 역시 탈춤에서 나온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