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조 효종 때 유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신라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이룩한 김대성과 흡사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평양에 한 부부가 사는데 세상에도 똑똑한 아들을 두어 그 놈이 열 살 때의 일이다. 하루는 평안 감사의 근감한 행차를 구경하고는 "나도 공부 잘해서 평안감사가 될 터야요" 부모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메어지는 듯 하였다. 그래 우리같은 쌍놈은 공부가 제 아무리 용하여도 그렇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번 못될 바에는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며 그날로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죽어 버렸다. 그래 달리 다른 자식이라고는 없는 이 부부는 그날이면 잃은 자식의 제사를 지내 주며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무던히도 울었다.
그런데 이 유념이란 분이 어려서부터 이상한 일이 있는데 자기 생일이면 꼭 꿈에 어딘가 가서 잘 먹는데 반드시 늙은 부부가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운다. 철이 든 뒤에도 항상 그러했는데 평안감사가 되어 부임하여 처음 겪는 생일 날 여전히 거기를 갔다. 이번엔 늙은 할머니만이 운다. 그리고 거기는 동헌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였다. 신기하여 밤중이건만 사람을 앞세우고 찾아가보니 꼭 꿈에 보던 그 할머니가 같은 소리를 되뇌이며 울고 있다. 그에게서 연유를 알았고 꿈에 보던 대로 영감은 연전에 죽어서 지금은 없는 것이다. 유념은 그 뒤 돌아와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못 이룬 소원을 성취하고 그의 영혼은 곱게 돌아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