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당의 시인 가도는 당나귀 등에서 흔들리며 무엇인지 중얼중얼, 혼자서 묘한 손짓에 팔려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은 흘깃흘깃 그를 돌아보건만 그는 방심한 양으로 당나귀가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그는 지금 당나귀 위에서 '이 응의 유거에 제하여'라는 시가 생각난 참이었다.
한 거에 이웃이 드물고 풀섶길이 황원으로 들러가라 새는 못 가의 나무에 깃들이고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그런데 끝 구절에서 문을 민다고 해야 할지 두드린다고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는 손짓으로 미는 시늉도 해보고 두드리는 시늉도 해 보는 참이었다. 그러다가 고관의 행차에 부딪쳐 경윤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용케도 그 고관이 대시인 한 퇴지였기에 사정 얘기를 듣고 웃었다.
"그거야 두드린다는 편이 낫겠는 걸"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다시 없는 시우가 되었다. '퇴 자는 밀 퇴자이자 가릴 추자이므로 퇴고,추고 아울러 무방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