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광원이라는 자가 있었다. 학문도 재능도 상당하여 진사 시험에 합격했는데, 그는 대단한 출세주의자로서 웃사람이나 권세가를 찾아다니며 아첨하기에 바빴다. 누가 보건 말건 낮 간지러운 칭찬을 늘어놓기가 일쑤요, 상대방이 취중이라서 무례한 짓을 해도 노여워 하기는커녕 도리어 웃음을 지었다. 한 번은 취한 상대자가 매를 휘두르며
"어때? 그대를 때려 볼까?" "네, 각하의 매질이라면 오히려 영광이올시다" 하고 등을 내밀자 상대방은 실지로 매질을 했다.
한 자리에 있던 친구가 나중에 "자네는 창피한 줄도 모르나? 여러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그런 망신을 당하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으니" "거 모르는 소릴세. 그이한테 잘 보이면 얼마나 이로운지 알기나 아나?"
이렇게 대답하는 바람에 친구도 어안이 벙벙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그 사람의 낯가죽이 두껍기란 마치 열 겁으로 된 철갑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