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프로이트 - 김정일
1장 진료실에서 쓴 프로이트 심리학
정신결정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답답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3세의 여성입니다. 대학을 다니다 2학년 때 중퇴를 하고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경리 전임자에 비해 일도 서툴고 실수가 많아서 항상 질책을 듣습니다. 외모를 전임자와 항상 비교하면서 머리를 길러라, 머리가 나쁘다느니 그럽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친구들은 각자 전문대학을 나와 공무원, 디스플레이어, 영양사가 되어 있습니다. 전문직 여성이 된 친구들은 "뭐하냐, 그런 데서만 있을 거냐!"하면서 회사에서 나오라고 하고 일이 별로 신나지도 않습니다. 아침에 나와서 한 시간 정도 사무실 청소하고 직원들 커피 타주고 빨래에다가 일을 할 때마다 휴지 갖고 와라, 커피 안 주냐, 화분에 물 좀 줘라, 담배 사왈, 구두 닦아라... 일이 한창 바쁠 때도 그러는데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음식을 사다놓고 배부른데도 계속 먹고 난 후에 손을 넣어 토해 버리곤 합니다. 항상 가슴에 무엇이 짓누르는 것 같고 생활과 저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동생에게도(동생은 지금 대학생입니다) 미안하고 엄마한테도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을 다닐까 생각중입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사는 게 답답하기만 합니다.
과거의 끈을 과감하게 뿌리치십시오
프로이트 심리학에는 정신결정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사건들은 모두 과거에 의해서 영향받고 결정지어지는 것이어서 현재의 인간 행동, 증상 등은 심리학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즉 모든 정신적 사건과 과정들은 물리적인 과정처럼 어떤 법칙과 일정한 형태의 보편적 질서에 따른다는 것이지요. 저는 과거에는 이 이론을 무척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한다는 이론에 따르기에는 현재와 미래의 삶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또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 적응하려면 안일하게 과거만 따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요즘 저는 정신결정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관이 제대로 서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과거가 현실을 부여잡고 압박할 수 있겠지만, 주관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란 흩어지는 미망과 환상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저는 미래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주관부터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아마도 자리를 묶고 있는 과거의 끈을 과감하게 뿌리치는 용기와 지혜겠지요.
귀하는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도 모르게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의 에너지를 미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 중퇴의 자기와 전문대를 나온 친구들과의 비교, 자기 현실에 맞지 않는 엄마와 동생 걱정, 알 수 없는 현재의 중압감 등이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발랄하고 미래 지향적인 주관 있는 신세대 여성이 귀하와 똑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편지를 썼을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3세의 미모의 여성입니다. 대학을 다니다 2학년 때 중퇴를 하고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경리 전임자에 비해 일도 서툴고 실수가 많아서 항상 질책을 듣습니다. 외모를 전임자와 비교하면서 머리를 길러라, 머리가 나쁘다느니 그럽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소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제가 못생겼다고 구박하는 눈 삔 사람들도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는 견뎌 내지를 못하죠. 웃는 얼굴에 침뱉을 수 있나요. 친구들은 각자 전문대학을 나와 공무원, 디스플레이어, 영양사가 되어 있습니다. 전문직여성이 된 친구들은 "뭐하냐, 그런 데서만 있을 거냐!" 하면서 회사에서 나오라고 하지만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걔들이 그러는 건 다 걔들 현실에서 하는 이야기고 나는 나의 현실이 있는 거니까요. 걔들이라고 뭐 똑 부러진 미래가 있나요. 다 오십 보 백 보지. 남의 돈 먹기 쉬운 직장이 어디 있나요. 아침에 나와서 한 시간 정도 사무실 청소하고 직원들 커피 타주고 빨래에다가 일을 할 때마다 휴지 갖고 와라, 커피 안 주냐, 화분에 물 좀 줘라, 담배 사와라, 구두 닦아라... 일이 한창 바쁠 때도 그러는데 정말 화가 납니다. 그때는 제 예쁜 눈을 길게 늘여뜨려서 노려보지요. 거러면 겁 많은 남자들은 수그러들고 싸가지 없는 남자들은 길길이 날뜁니다. 그러면 전 아무 말 없이 그 싸가지가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러나 뚱한 얼굴로 하는 일이 뭐 제대로 되겠어요. 커피는 단팥죽이 되고 화분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 까만 구두에는 빨간 구두약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죠. 그래서 불평하면 생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죠. "잘못했어요. 제가 일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못 해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절대 주의할게요."
그러나 말만 그렇고 또다시 날 화나게 하면 결과는 마찬가지죠.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집에 오면 식욕이 막 솟아납니다. 그러나 많이 먹어서 비만증에 걸리면 누가 나를 쳐다보기라도 하겠어요. 비만증 예방 책을 펼쳐 놓고는 적당히 먹고 에어로빅을 한바탕 하죠. 이렇게 한 번 뛰고 나면 아무 생각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벌렁 드러누워 잠을 청하려고 하면 동생과 암마가 집안 걱정 좀 하라고 투덜댑니다. 참 할 일들도 없지. 내가 왜 집 안 걱정을 합니까? 나 살기도 바쁜데. 자기 인생은 다 자기가 책임지는 거 아녜요. 가끔씩 용돈 주고 생활비 쪼금 내면 되지, 뭘 더 바래! 저는 이 직장을 조금 더 다니다가 돈을 좀더 모으면 학원을 다닐까 생각중입니다. 큰 물고기는 아무래도 큰 물에서 놀아야 하니까요.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으로 제 마음은 항상 부풀기만 합니다. 아, 멋진 내 놈씨는 언제쯤 나타날까?
세 가지 색정대와 정신성적 발달
어떤 사람이 어느 정신과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어제 사랑을 느낀 한여자와 열렬한 섹스를 했는데요, 이상하게 사정까지 했는데도 다음날 몸이 가뿐하고 오히려 힘이 나는 거예요. 그전까지 저는 굉장히 일에 시달리고 지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그의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는 대하는 부인과 그러했다면 당신은 마아 그러한 활력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여성과 그러했기에 활력을 얻은 것이지요.그것은 바로 의식이 무의식과 만나 초월 기능이 발휘된 것입니다. 예로부터 노인들이 젊고 생동적인 여성과 섹스하면 회춘한다는 것도 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요."
섹스를 주관적으로 본다면 자기 무의식과 만나는 것이다. 남자의 무의식 속에는 여자가, 여자의 무의식 속에는 남자기 있다는 가설도 있으니 말이다. 마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하나가 되듯이 나와 닮은 사랑스러운 여성과의 합일은 초월 기능을 발휘해 힘과 젊음을 되찾아 준다. 좋아하는 여성과 섹스를 하면 정신이 건강해지고 힘을 얻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요즘 남성들은 너무 부인의 눈치를 보고 능력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또 영화나 비디오 등의 영향으로 LSD(Low Sexual Desire)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젊은 건강 비법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 제도가 있고 특히 간통죄, 혼인 빙자 간음죄 등 망신살이 뻗치는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함부로 젊고 매력적인 여성만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히 우리나라 남성들은 결혼하고 나면 젊은 여성을 통해 회춘도 못 하고 그럭저럭 시들어 가면서 자신의 욕구불만을 성기 이외의 다른 쾌감대로 해소한다. 다른 쾌감대라면 입과 항문을 들 수 있다. 프로이트는 사람의 색정대(erogenous zone)로 입과 항문, 성기를 들고, 이 세 가지 색정대들을 통과하면서 인격이 성숙된다고 하였다. 이를 정신성적 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이라고 하는데, 리비도라는 단일 에너지의 근원에서 온다고 보았다.
0-1.5세 사이에는 입이 중심이 되는 구순기를, 1.5-2, 3세 때는 항문이 중심이 되는 항문기를, 아동기 때는 성기기를 통과한다고 한다. 회춘하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이들 색정대를 통해 풀려고 하면 괴이한 일들이 발생한다. 입으로 섹스하고 항문으로 섹스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입으로 색스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담패설이나 남들을 욕하기 좋아한다. 입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하거나 상대를 찔러대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을 구순성 성결이라고 하는데, 그 성격적 특징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며 매사에 요구적이면서도 남에게 베풀 줄을 모른다. 이러한 성격은 또한 애주나 폭연, 애연, 미식 또는 과식, 과욕 및 거절에 대한 지나친 예민성 등으로 나타난다. 이와는 다르게 항문으로 섹스하는 사람도 있다. 자랄 때 1.5-2, 3세의 항문기에 너무 고착이 되었을 때 형성되는 성격이다. 그들은 똥을 부여잡고 안 놔주려고 하는 것처럼 섹스나 그밖의 모든 것에 인색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항문 안으로 숨막히게 가두려고 하며 청결, 질서, 정돈, 세밀성 드이나 반대로 불결성, 완고성, 믿음성 없는 반항적 반응 등을 보인다. 구순성 성격이나 항문성 성격은 모두 여러 가지 노이로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인 제약으로 젊은 여자를 통해 싱싱한 활력을 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으로나 항문으로 억눌린 성욕을 푸는 것도 불건강하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은 항상 싱싱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결국 자기 무의식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젊은 여성과 만나 사랑하는 것이 자기 무의식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면 무의식과 만나는 길은 자기 안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무의식의 소외를 노이로제나 정신병으로 보는 학파가 있다. 무의식과 의식이 함께 다야 하는 존재의 길을 의식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외면했을 때, 무의식은 반발하면서 불안이나 해리 들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의식과 무의식이 항상 한 곳을 바라보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마치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듯이... 무의식이 자기 실현을 향해 지양하는 길을 개성화 과정(individuation process)이라고 부르는데, 이 길로 가는 사람은 내면이 충실해지고 성숙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려면 항상 무의식과 만나 함께 가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무의식과 만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것은 아마도 자기 느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미지의 상황에 부닥치려는 노력과 용기를 잃지 않는 길일 것이다. 무의식은 현실을 헤쳐 갈 때 의식에 항상 자기 메시지를 올려보내 준다. 그것은 주로 느낌과 감각으로 파악된다. 의식이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겸허하게 수용해 용기 있게 실행했을 때는 무척 편해진다. 사랑하는 여자와 화목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외면하고 오만 가지 잡생각이나 의심으로 달려갈 때 의식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투덜거리고, 급기야는 노골적으로 타박까지 할 테니 말이다.
무의식은 알 수 없는 미래와 같이 항상 수수께끼와 미로로 덮여 있다. 그 미로를 뚫고 들어가 깊숙이 만나는 길은, 무의식이 사랑하는 연인이니 절대 배반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있게 그녀의 느낌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는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왜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이해하게 된다. 무의식은 곧 본능인데 이 본능에서 나오는 감각은 인간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히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건강은 자기 무의식과 원만한 관계를 가진 사람, 곧 자기 느낌과 감각에 충실하고 자기 내면과 항상 만나고 대화하고 섹스하려는 사람만이 지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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