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의 세계 - 저 : 해롤드 셔어먼 / 역 : 안동민
제 4장 텔레파시 통신
2. 마음 속의 이중노출
초감각적 능력이 육체의 5관이 부여하는 인상만큼 예민하게 느끼는 인상을 알 필요가 있다. 감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사이에 5관으로부터의 인상이 끼어 들어와 기회를 이용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은 사진 필름에 이중으로 촬영하는 것을 승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어느 쪽 사진도 확실하지 않고 양쪽이 뒤섞여서 구별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마음의 일면이 다른 면을 방해하는 이 경향은 정확한 텔레파시의 감수를 제일 많이 방해한다. 인상을 받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나는 지금도 이 방해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상의 기록을 끝내고 그것을 조사할 때에는 의문에 사로잡혀 인상이 확인될 때까지는 정말이지 몇 번이나 정신적인 고통을 맛보게 된다. 휴버트 윌킨즈 경과의 텔레파시 실험 중에도 이런 일이 되풀이 해서 일어났다. 나의 추리력은-신체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냄새맡을 수 잇는 것을 판단하고 검토하도록 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더욱 고급적인 감각 능력이 나타내는 증언을 인정할 수 없었다. 윌킨즈 경이 악천후로 비행중에 불시착하지 않을 수 없었고, 휴전기념 무도회에 야회복으로 정장하고 나타났다고 하는 심상이나 강한 느낌의 인상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했지만 그것을 기록했던 날 밤에 걱정했던 일이 특히 기억난다. 이렇게 아내에게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보, 마아사, 오늘밤에는 내가 잘못한 것 같소. 지레짐작하여 상상했다는 느낌이오. 오늘 저녁 무렵에, 아니 좀더 일렀었던 것 같은데, 윌킨즈씨와 마음으로 만날 약속 시간이 되기도 전에 앨링턴 묘지에서 휴전기념일의 식전이 집행된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었단 말이오. 그리고서 윌킨즈 경에게 정신을 집중시키자 그가 휴전기념식에 입장했다는 것이 웬일인지 보이는 것 같았소. 그 위에 군복이나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남녀가 마음에 보였거든. -그리고 나서 윌킨즈 경이 눈에 띄었는데 그도 역시 야회복을 입고 있었던 것 같았소. 마아사도 잘 알다시피 이 텔레파시 통신을 하고 있을 때에 오는 인상은 무엇이든 아무리 어처구니없게 보이더라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검토해 볼 필요가 있소. 그런데 내가 쓴 것을 오늘 밤에 되돌아 보니 윌킨즈 경이 인명구조라고 하는 중대사명을 띄고 북쪽으로 비행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휴전기념일의 무도회 행사에 나갈 시간을 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오. 또한 그 위에 야회복을 준비하고 갔을 리가 없소."
"윌킨즈 경의 일기와 일지의 대조용 보고서를 항공편으로 받을지도 모르므로 그때까지 기다려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마아사가 말한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아내는, "약속 시간이 되면 고민하지 않고 다음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의심을 일소해 버리셔요." 라고 몇 번이고 권했다. 나는 나의 아내의 말대로 해 보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잃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윌킨즈 경의 보고서가 도착하여 그 예복 건은 내가 옳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안심했던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을 살펴주기 바란다.
상대편에 파장을 맞추다
윌킨즈 경과의 실험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정신감응 능력을 신장시키려고 할 경우 누구에게나 유용하게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발견을 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방법을 거쳐 윌킨즈씨에게 마음을 기울이자 몇 초 후에 마음속에서 정신적으로 접촉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에 대해서는 각자가 자기 스스로 체험해 보는 외에 말로는 좀 표현하기가 어렵다. 정말 그 사람과 이웃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으나 그것으로서 그 사람이 현재 여기에 있다는 것이 되지는 않는다. 보내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받는 사람이 동시에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의 마음속에 회로가 열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경우 분리할 수도 없고, 혼란을 일으켜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를 왔다갔다하는 단편적인 변화무쌍한 인상으로 돌연 나의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같은 파장 속에 여러 라디오 방송국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상태였으므로 인상을 받으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거기에서 일어나고있는 것을 다시 검토해 보았다. 윌킨즈씨의 마음과 실제로 접촉한 것이라면 그의 인생의 여러 시기에 있었던 사건의 심상과 접했음에 틀림없고, 그것은 전부그의 의식과 공존하고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윌킨즈씨가 이것들 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자유 자재로 기억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마음에 파장을 맞춘 나의 마음이 기록되어 있는 것과 같은 체험에 접근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보아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수신의 선택에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더구나 그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만약 정말로 자기 마음에 과거의 경험을 축적해 둔 윌킨즈씨의 기억층에 파장을 맞추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 윌킨즈씨의 마음에서 특히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만을 골라 낼 수가 있었던 것일까? 더구나 다른 방법으로, 마음은은 라디오와 같은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때 나에게 떠올랐다.
라디오에 있어서는 어떤 방송국의 방송 프로를 희망할 때 다이얼을 몇몇 사이클이나 메가사이클의 일정한 파장에 맞추면 그에 상당하는 방송국의 방송이 들려온다. 그렇다면 암시의 힘을 써서 자신의 초감각적 능력에 대하여 제한된 시간의 범위에서 작용하고 '파장을 맞추고' 의식에 내재하는 다른 생각을 떼어 내도록 지시할 수 있었을까? 자기가 시작한 방법으로서는 조금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 실험은 확실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심신의 이완을 되풀이하고 마음에 그린 텅 비고 새하얀 영사막에 주의를 기울여 마음속에 윌킨즈씨를 찾으며 소리내어 부른 다음, 이러한 암시를 자신에게 강력하게 주었다. 오늘 특별히 눈에 띌 만한 일이 윌킨즈씨의 신변에 일어났었는가-혹은 무슨 일인가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가-확실히 밝히라. 마음이 느슨해지고 감각이 아주예민해진 이 상태에서 암시는 즉시 효과를 나타냈다. 굳어져 있던 상념의 형태나 감정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실험을 또박또박 시간대로 계속함에 따라 퍽 정확하다고 알게 된 영상과 느낌이 마음의 영사막을 재빨리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예외는 거의 없었으나 특히 의외 깊게 받아들인 많은 인상은 그날 윌킨즈씨가 마음속에서 회고한 사건이나 정신상의 통신을 한 바로 그 시간에 생기고 있었던 생각이나 사건에 관계가 있었다. 이 사실에서 각 실험을 하기 전에 매일 밤 자기가 마음속에 품었던 '파장을 맞추라!'고 하는 암시에 의해서 필요로 하는 수신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이 간단하고 암시에 찬 방법은 비슷한 어떤 실험에서도 퍽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아마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생을 통하여 여러 가지 경우에 써보았는데 효과는 언제나 뚜렷했다.
선구자는 경험에 의해 배웠다.
여기까지는 인상을 보내는 방법보다는 감수하는 방법을 주로 말해 왔다. 이것은 근본적인 의무와 입증의 책임이 언제나 받는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보내는 사람은 이쪽 편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필요조차 없다. 윌킨즈씨와 실험에 대하여 협의했을 때, 내가 뉴욕에서 그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겠다고 약속한 시간에는 반드시 두 사람의 마음을 맞추도록 할 작정이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서 마음의 영상의 형태로 하루의 뚜렷했던 체험을 회고하고, 다시 체험하고 이쪽으로 힘차게 의지의 힘으로 보낼 수 있도록 어딘가 조용한,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의외로 많아 윌킨즈씨는 약속한 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란 것은 받는 인상의 정확도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윌킨즈씨는, 내가 이들 인상을 그의 잠재의식에서 받고 있으며, 약속시간에 의식하여 인상을 보내는 것이 필요 불가결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휴버트 경은 밤이나 낮이나 때에 따라, 또는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미리 알게 되었을 때, 이쪽에 정신을 집중하는 버릇을 붙였다. 강한 의지의 힘으로 보낸 상념을 마음의 잠재의식 수준에서 받는다. 그리고 내가 약속된 시간표대로 마음을 감응하기 쉽게 만들었을 때 그 상념을 의식 속에 끌어들인다는 것을 믿고 그는 그렇게 한 것이다. 이것을 실시한 것이 상념의 신과 수신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의 마음에서 받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기록하고 있으면서 윌킨즈씨가 이쪽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나의 마음이 퍽 동요했다. 같은 때에 의식해서 보내지 않는다면 상념을 의식적으로 감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내가 초창기에 믿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다음과 같은 중대한 사실이다. 즉 개개의 경험은 의식에 기록됨과 동시에 심상과 정신적인 느낌으로서 계속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체험자의 마음에 파장을 맞출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와 같이 기억에 남아 있는 체험을 회상시켜 장래에 언제든지 쓸모가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격렬한 감정과 결부된 사건을 마음에 간직해 두고 있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는데, 내가 윌킨즈씨의 생활중 '현저'한 사건의 인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와 같은 사건이 그의 감정에 제일 깊은 충격을 주었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개인의 생활에도 꼭 들어맞는다. 내가 받고 기록에 남긴 윌킨즈씨에 대한 많은 인상은 언제나 의지의 힘으로 의식적으로 보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정확했다. 그리고 이들 생각이나 체험이 일어나면 그는 그것에 대한 강한 감정을 마음속에 담고 자기 혼자서만 남몰래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느끼는 데에 필요했던 것은 이것뿐이었던 것이다.
마음은 모든 것을 기록한다.
상념에는 지금 이해되고 있는 전자기성이 없다 하더라도 그 진동이나 속도에 틀림없이 특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정의 특질은 어떤 점에서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특수 능력자로서 생각한다면 인간은 언제든지 근본적으로 관계를 갖고 있다. 해석을 내리고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 것은 느낌에 관해서 이다. 무엇을 언제 어디서 느끼고 어째서 그런가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얼음 위에서 죽어 있는 개의 인상을 윌킨즈씨로부터 받았을 때, 그가 개를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 마음의 눈에 비쳤다. 이 동물을 조사하여 머리에 총알이 관통한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보였으며, 어째서 그 개가 피살당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인상은 순간적으로 의식에 떠올랐다가는 곧 사라졌는데, 그 느낌만은 꽤 오래 사라지지 않고, 원인이 되었던 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어느 때인가 윌킨즈씨와 부하가 북극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 인상을 우연히 포착했다. 현재의식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틀림없이 그날 탁구를 쳤었다는 것이 후일 확인되었다. 그와 같이 언제인가 옛 노래의 레코오드를 걸고 있는 구식 축음기의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나는 음악이 마음의 귀에 들려온 일이 있었다. 전초 기지에 있는 친구의 아들이 아끼고 소중히 간수하고 있었던 낡은 축음기를 그날 윌킨즈씨가 정말로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감동적인 충격을 마음에 남겼는데, 행방불명이 된 러시아인 비행사의 수색여행과는 관계가 없고, 특히 보낼만한 가치가 없다고 윌킨즈씨가 생각했던 수많은 체험 중에서 두 가지만을 여기에서 소개한 셈이다. 이와 같은 텔레파시의 수신은 개인에게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나 차별 없이 기록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본인의 가장 중대한 주의력을 끄는 체험은 의식에 극히 강렬하게 명기된다는 것을 강조해 두고 싶다.
자기가 실제로 연습을 할 때에는 보내는 사람도 동시에 정신을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며, 그다지 복잡한 것이 되지 않으므로 쉽게 대조할 수가 있고, 결과에 대해서 자신을 가질 수 있다. 앞에서 받는 사람에 대해서 말한 바와 같은 방법을 보내는 쪽에서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신의 긴장을 풀고 마음의 영사막이 의식에 있는 것을 생각해 내는 그 방법이다. 그리고 이 막에 비치고 있는 것처럼 보내고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마음에 그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영상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영사막에 보내지도록 의지의 힘을 작용시키는 것이다. ESP카아드의 부호, 물체라든가 색깔, 실제로 있었던 인간의 체험 또는 생각 등, 이 다 할 사실을 골라 보내기 위해서는 보내는 사람에게 일정한 시간을 택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때에 보내는 사람은 정신을 다음 것에 집중하기 전에 1회 송신한 후에는 영사막을 깨끗이 하고, 받는 사람 편에서도 영사막을 깨끗이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서 시간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번 실험을 시작하면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둘 다 30분 정도로 신경의 피로가 오는 요인이 영향을 미치므로 그 정도의 시간이 적당하다. 어떤 종류의 에너지 교환이나 소비가 일어난다고 생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는 쪽이 보내는 쪽보다도 언제나 소모가 심하다. 이것은 아마도 마음의 다른 수준을 전부 쉬게 하고 있는 사이에 감수성을 아주 높여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독자는 송신과 수신을 시작할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치는 솜씨가 좋아진다든가 혹은 무엇인가 다른 특수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훈련을 하듯이 연습하는 것이 좋다. 텔레파시를 하는 힘이 비교적 손쉽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더욱 힘을 써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고 계속 노력하고 자기의 초감각적 능력을 믿고 때를 기다리면 그 능력을 의식적으로 지배하고 감독할 수 있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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