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3. 왕도정치의 시작 병의 근원을 치료했던 명의 안찬 안찬 (?-1519)의 본관은 순흥이고, 자는 황중이다. 의술에 정통하고 이학에도 정밀하여 사류들과 많이 벗하였다. 어떤 사람이 새벽에 나갔다가 도중에 갑자기 두 눈이 모두 딱 붙어 뜰 수가 없었다. 손으로 문질렀더니 마치 아교풀을 붙인 듯 딱 붙어서 그대로 장님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모두 그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였다. 안찬이 처방을 해주며 말했다. "눈이란 폐에 속한다. 폐에 병이 들었기 때문에 눈이 꼭 붙은 것이니, 폐를 다스리는 약을 쓰도록 하라" 그 사람이 약을 먹은 지 얼마 안 돼 눈이 점차 뜨이어 평상시처럼 완쾌되었다. 또 어떤 여인이 하루는 음문이 갑자기 아프더니, 얼마 뒤에 쇠털과 같은 검고 누른 털이 음문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비록 여자의 음문에서 나오는 것일지라도 털이란 피의 나머지다. 피에 병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괴이한 일이 있는 것이니, 먼저 피를 다스리도록 하라" 여인이 안찬의 처방대로 약을 먹었더니 털이 나오는 증세가 그쳤다.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 때에 대사헌 이항이 조광조 등 당인들과 교제하고 결탁했다는 죄목으로 잡아다가 국문하고 곤장 1백 대를 때려 외방에 유배하였다. 연서역에 이르러 죽으니 사람들이 모두 애석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