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람(1416-1465)의 본관은 안동, 자는 정경, 호는 소한당이다. 어려서부터 글읽기를 좋아했고 큰 뜻을 품었으며 계책이 뛰어났다. 책을 싸가지고 깊은 명산에 들어가 한명회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35세가 되도록 과거에 응하지 않고 있다가 세종 말년에 과거에 응시하여 잇달아 장원을 세 차례나 하였다. 세조가 대군으로 있을 적에 총재가 되어 '무경(고대의 병서)'에 주석을 달았다. 그는 수양대군의 시종이 되었는데, 대군은 그의 큰그릇을 알아주고 대우를 극진히 하였다. 그는 수양대군의 장래 꿈이 무엇인지 알고 그의 집을 은밀하게 드나 들었으며, 한번 들어가 논의하기 시작하면 해가 늦도록 계속하였으므로 수양대군집 궁인이 공을 보면 "국을 식히는 양반이 또 온다"고 하였다. 수양대군이 공을 내전으로 불러 위로 잔치를 베풀고 정희왕후를 돌아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