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과 바깥은 연락이 끊어졌다. 진군은 8월에 포위해서 12월이 되어도 돌아가질 않았다. 마침내 성 안은 연료도 식량도 모두가 떨어졌다. 그 동안 괵공은 진군의 포위망을 뚫으려고 여러 번 성문을 열고 싸웠으나 그럴 때마다 실패했다. 괵나라 군사는 지칠 대로 지치고 백성들은 밤낮없이 울부짖었다. 주지교는 이극의 분부를 받아 쪽지를 써서 화살에 끼워가지고 성 안으로 쏘아보냈다. 괵공은 군사가 바치는 그 화살에 꽂힌 쪽지를 받아 봤다. 속히 항복하여 백성을 구하고 목숨이라도 건지라는 주지교의 권고였다. 괵공이 읽고 나서 치를 떨었다.
"우리 선군은 주왕실에서 경사 벼슬까지 하셨다. 내 어찌 진후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하여 항복하리오."
그날 밤, 괵공은 비밀히 성문을 열고 식구를 데리고 멀리 달아났다. 이극은 괵공과 그 가족이 도망치는 걸 알고도 그들을 뒤쫓지 않았다. 괵공이 달아난 걸 알자, 성 안은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그날 밤이 새기 전에 성 안 백성들은 향화와 등촉을 대낮처럼 밝히고서 진군을 영접했다. 이극은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병사들을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극은 추호도 노략질을 하지 못하게 하여 백성들을 안정시킨 후 군사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변고에 대처했다. 그러고 나서 이극은 괵나라 부고에 있는 보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끌어냈다. 그 보물의 10분의 3과 그리고 아름다운 궁녀를 골라서 순식을 시켜 우나라에 가서 우공에게 바치도록 했다. 우공은 순식이 바치는 괵나라 부고의 보물과 아리따운 여자를 선물로 받고 크게 기뻐했다. 이극은 한편 사람을 진헌공에게 보내어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했다. 그 뒤 이극은 귀국하는 길에 인사차 들렀다고 하면서 우나라로 왔다. 그런데 갑자기 병이 났다며 우나라에 영채를 세우고 꼼짝하지 않았다.
"내가 병이 나서 꼼짝을 못하겠소. 그 동안만 군사를 성 밖에서 쉬게 하고 병이 낫는 대로 곧 본국으로 회군하겠습니다."
물론 이극이 아프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우공은 이를 알 리가 없었다. 오히려 좋다는 약을 지어 가지고 수없이 이극을 문병했다. 이런 지 한 달이 지났다. 하루는 시신이 급히 달려와서 우공에게 아뢰었다.
"지금 진후가 병사들을 거느리고 교외에 당도했습니다."
우공이 의아해서 물었다.
"어째서 진후가 친히 왔을까?"
시신이 대답했다.
"괵나라를 아직 평정하지 못했다면 진후 자신이 직접 돕겠다고 왔다는 것입니다."
우공은 흔쾌히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인이 진후와 서로 만나 양국의 친선 우호를 두텁게 하려던 참이었다. 때를 맞추어 진후가 친히 왔구나. 이는 과인이 바라던 바다."
우공은 황망히 교외에 나가서 진헌공을 맞아들였다. 이에 진헌공과 우공은 손을 마주잡고 서로 이번 일에 감사하는 뜻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