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자가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길가에서 고행을 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가시나무 위에 눕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곤 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어떤 이가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을 비웃었다.
"그렇게 고행을 하면 가시가 살을 파고들어 얼마나 아프겠소! 가시를 훑어버리고 그 위에 누우면 설사 구른다 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이오."
고행자는 그 말을 듣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갑자기 가시나무 위에 누워 이전보다 더욱 세차게 몸을 굴렸다. 그때 한 불제자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고행자는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자 더욱 세차게 몸을 굴렸다. 그러자 불제자가 고행자에게 다가와 조용하게 말했다.
"당신은 이전에도 가시로 몸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분노하는 마음 때문에 더욱 자신을 해치고 있구려. 가시는 그저 피부를 상하게 할 뿐이지만 분노는 정신을 멍들게 하는 것이오. 가시 때문에 생기는 상처는 나아서 없어질 수도 있지만 분노로 인해 멍든 정신은 언제 다시 회복될지 알 수 없소. 그러니 분노라고 하는 독의 가시를 빨리 뽑아버리는 것이 옳을 것이오."
<대장엄론경>
쉰세번째이야기 - 아이들을 구한 장자의 지혜
옛날에 수많은 재보를 가진 나이 많은 장자가 있었다. 그는 매우 큰 저택에 살고 있었는데, 그 저택에는 출입문이 한 군데밖에 없었다. 어느 날 장자는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저택에 불이 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장자는 집 안에서 놀고 있던 아들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나이도 어린데다가 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단숨에 집 앞까지 뛰어온 장자는 목청껏 소리쳤다.
"얘들아, 집에 불이 났으니 빨리 뛰어나오너라."
그러나 아이들은 계속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장난만 칠 뿐 도통 장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장자는 생각했다. '이제 불길이 더 거세져 잠시라도 지체하면 아이들이 다 타죽고 말리라. 그렇다고 내가 직접 들어가 아이들을 등에 업고 나오자니 그 수가 많아 시간이 허락지 않겠구나. 이제 꾀를 내어 아이들을 구하는 수밖에 없으리.'
생각을 마친 장자는 다시 목청껏 소리쳤다.
"얘들아, 여기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 지금 당장 나와서 갖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그리고 소가 끄는 수레가 여기 밖에 있으니 어서 나와 타고 놀아라."
정신없이 놀고 있던 아이들은 장자가 장난감을 준다고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모두 앞다투어 불 타는 집에서 달려나왔다. 장자는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은 장자에게 장난감을 달라고 졸라댔다. 장자는 아이들이 살아난 것이 너무 기뻐 큰 돈을 들여 그 모든 아이들에게 소가 끄는 수레를 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