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Midas)는 고르디오스의 아들로 프리지아의 왕이다. 어릴 때 보리알을 운반하는 개미 행렬이 요람 옆을 지나면서 아기 입술 사이에 곡물을 쌓아 놓자 이상히 여겨 점을 쳐 보니 거부가 될 징조라는 답이 나왔다. 과연 커서 매우 부유한 나라를 지배하는 왕이 되었다. 하루는 먼 곳에서 현인 실레노스(혹은 사튜로스)를 우연히 만났는데 헌주를 마셔 혼수상태에 빠진 실레노스의 정체를 알아낸 후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려 후히 대접하고 교훈과 지혜를 내려줄 것을 희망하였다. 일설에는 실레노스가 왕궁의 이름난 장미 뜰의 샘을 자주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미다스 왕이 샘에 포도주를 채워 취하게 했다고도 한다. 하여간 실레노스는 미다스에게 그리스 세계에서 매우 먼 경건한 나라 에우에베스와 전쟁으로 지새우는 나라 마키모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째 나라의 주민은 행복하게 살며 웃음으로 생을 마쳤고, 둘째 나라의 주민은 태어나자마자 무장을 하고 생애를 전투로 영일없이 지냈는데, 두 나라의 공통점은 모두 매우 부자고 금은이 어찌 많은지 마치 우리네의 쇠붙이 만큼이나 흔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때 두 나라 사람들이 단 세상을 방문하고자 대거 길을 떠나 넓은 바다를 건너 그리스 세계에 와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는 휴페르보레안스(북방 정토주민)의 영토를 찾아왔다. 그런데 휴페르보레안스의 비참한 생활 상태를 보고서는 더 이상 다니기를 원치 않아 다시 돌아가 버렸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신기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즉 그곳에는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왜냐하면 그 곳에는 격류와 공포의 소용돌이를 오랫동안 지나야 갈 수 있어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고장에는 두 줄기의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첫째 강기슭에 있는 나무의 과일을 먹으면 비참한 마음이 되어 슬피 울며 괴로워하고 몸이 점점 수척해지나 다른 강기슭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게 되면 나이 먹은 사람도 다시 젊어져 중년에서 사춘기를 지나 아동이 되고 다시 어린이가 되어 마지막에는 사라진다고 하였다. 모두 다 미다스의 자만심을 깨우치고자 하는 함축성 우화였다.
[Walter Crane 作 - 사랑하는 딸마저도 손을 대자 황금으로 변해 죽어버렸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는 미다스가 실레노스와 조우하는 또 다른 장면이 나온다. 즉 디오뉴소스 일행에서 뒤처진 실레노스는 딴 길로 가다가 프리지아 산 속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이 모습이 지나가는 농부들의 눈에 띄어, 수상히 여긴 농부는 그를 묶어 미다스에게 끌고 갔다. 왕은 일찍이 디오뉴소스 비밀의식에 참석한 일이 있어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결박을 풀어 예의를 갖춰 영예로운 대접을 하며 궁에서 편안히 지내게 한 다음 디오뉴소스 일행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디오뉴소스는 스승을 무사히 돌아오게 해준 은혜에 정중히 치사를 하고 그 답례로 미다스에게 소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에 미다스는 곧 자기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나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기를 소원하였다. 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자 미다스는 신기한 약속의 선물을 가지고 기쁨에 넘쳐 왕궁에 와서 실험을 해 보았다. 과연 손이 닿기만 하면 돌이고 꽃이고 모두 빛나는 황금으로 변하였다. 참으로 신기하고 황홀한 일이었다. 그런데 식사 때가 되어 음식을 집었더니 황금으로 변하고 심지어 포도주마저 금으로 둔갑해 버렸다. 이에 허기와 굶주림으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 미다스는 디오뉴소스에게 이 곤욕의 선물을 걷어 줄 것을 애원하였다. 이에 디오뉴소스는 그에게 팍톨로스 개울의 원천을 찾아가 그 샘물에 머리와 손을 씻으라고 일러주었다. 미다스가 지시한 대로 하니 곧 곤욕의 능력에서 벗어났고 그 후 팍톨로스 냇물의 모래는 황금입자로 가득차게 되었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우화도 있다. 즉 미다스가 나라 변두리에 있는 오지를 방문하였는데 그만 길을 잃고 사막에서 헤매게 되었다. 심한 갈증이 났으나 목을 축일 물이 없는 참에 마침 대지에서 샘이 솟아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는 샘물이 아니고 황금이었다. 그래서 미다스는 디오뉴소스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이 소원이 받아들여져 황금 대신 물이 솟아나게 되었다. 이것이 미다스샘의 유래라 한다. 그 외 마르슈아스(혹은 판)와 아폴론의 전설에도 미다스가 등장한다. 어쩌다 미다스는 트몰로스 산에서 열린 신들의 음악회에서 들르게 되었는데 경연 후 벌어진 우열 판정에 참견을 하게 되었다. 즉 트몰로스가 미다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아폴론을 승자로 선언하자 미다스가 심사가 뒤틀려 판정이 공평하지 않다고 시비를 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아폴론은 심술을 부리는 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변형시켜 버렸다. 미다스는 이 귀를 창피하게 여겨 특별히 만든 프리지아 모자로 귀를 가리고 다니며 유일하게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이발사에게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킬 것을 명령하였다. 따라서 이발사는 말하고 싶어도 왕이 두려워 누설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참을 수 없어 바닷가에 가서 구멍을 판 후 거기에 대고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는 흙으로 다시 구멍을 덮어 버렸다. 이듬해 여기에서 자라난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면서 왕의 비밀을 속삭이니 소문이 나라 안팎으로 좍 퍼졌다. 이발사는 결국 화가 난 미다스에 의해 황소피를 마시고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아드메토스 아드메토스(Admetus)는 페레스와 클류메네의 아들로 테살리아 지방 페라이(아버지 이름을 딴 것이다) 나라의 왕이 되었다. 테스토르의 딸 테오네와 결혼하였으나 부인이 죽자 펠리아스의 딸 알케스티스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 즈음하여 올림포스에서 쫓겨난 아폴론은 아드메토스의 양치기가 되어 그의 가축을 돌보고 있었는데 그에게 후히 대해준 대가로 모든 가축으로 하여금 쌍으로 새끼를 낳게 하여 수를 늘려 주고 아드메토스의 혼인이 성사되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잔치석상에서 포도주에 취한 모이라이로부터 아드메토스 왕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 즉 아드메토스의 죽음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으면 죽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를 얻어내 전해주었다. 과연 아직 젊은 나이의 아드메토스가 죽게 되었는데 부인 알케스티스가 사랑으로 기꺼이 대신 죽어 아드메토스의 생명을 구하였다. 여기에 첨가된 이야기에 의하면 마침 이 곳을 방문한 헤라클레스가 이 아름다운 미담을 듣게 되자 명계에서 알케스티스를 다시 데려와 아드메토스에게 보냈다고 한다. 아드메토스는 아르고 호 원정대에 가담하고 칼류돈의 멧돼지 사냥에도 참가하였다.
[알케스티스, 아드메토스 대신 목숨을 내놓다 - 프리드리히 하인리히 퓌거 作]
알케스티스 알케스티스(Alcestis)는 펠리아스와 아낙시비아의 딸로, 페라이의 왕 아드메토스의 왕비가 되었다. 결혼 전에 알케스티스 자매는 아비의 젊음과 활력을 되찾게 할 수 있다는 여자 마술사 메데이아의 꾐에 넘어가 아비를 살해하였다. 엄청난 범행의 두려움 때문에 자매는 아드메토스 왕실로 도피하고 거기서 아드메토스와 결혼을 하였다. 그런데 형제인 아카스토스가 죄인을 잡는다고 군대를 이끌고 들어와 공격을 가하여 아드메토스를 포로로 삼았다. 알케스티스는 푸짐한 보상을 베풀어 남편을 살려 낸 후 자신은 아비의 넋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자진 희생되었다. 다른 이야기에 의하면, 펠리아스는 혼기가 찬 공주 알케스티스의 신랑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사자와 멧돼지가 끄는 전차를 몰 수 있어야 한다는 참으로 어렵고 기상천외한 숙제를 내걸었다. 아드메토스는 아폴론 신의 도움을 받아 이일에 성공하여 그녀를 아내로 삼았다. 당시 아폴론은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벼락으로 죽자 벼락을 만든 큐클로페스를 멸망시킨 벌을 받아 아드메토스의 노예로서 9년간 귀양살이를 했는데 아드메토스가 호의를 베풀어 준 보상으로 사자와 멧돼지가 끄는 전차를 달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결혼잔치에서도 아폴론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를 취하게 하여 아드메토스가 타계하는 순번이 될 때 만약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대신 보내면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그리고 아드메토스가 죽게 되자 대신 죽어 줄 사람을 물색하여 먼저 그의 노친에게 간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그런데 마침 옆에서 듣고 있던 정절의 부인 알케스티스가 기꺼이 대신 죽는 희생심을 발휘하였다. 그야말로 미담의 극치이다.
에우라피데스의 극작이 공연되면서 이야기는 계속 덧붙여졌다. 즉 알케스티스가 임종하던 참에 마침 헤라클레스가 찾아왔다가 사정을 듣고 감동하여 죽음의 정령 타나토스에게서 그녀를 빼앗아 되살려 냈던 것이다. 또 다른 설에서는 명계의 왕비 페르세포네가 그녀의 자진 희생에 동정해서 다시 이승으로 보냈다고도 한다. 남편을 위해 용감히 자신을 희생하는 이 아내의 이야기는 더 윤색되면서 남편은 자기의 이기주의는 제쳐놓고 노부에게 대신 명계로 가지 않는다고 비난을 가하는 뻔뻔스러운 인간성의 일면을 우스꽝스럽게 전개시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