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는 조타실이 있다. 배의 방향을 정해 바른 항로로 배를 몰고 가는 자동차 운전석과 같다. 그러나 기관실에 있는 엔진이 돌지 않으면 배는 움직이지 않는다. 암초나 항로를 보기 위해 지도도 있지만 레이더가 없다면 지금 항해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밤에도 위험하다. 선상에서의 일들은 갑판장의 지휘로 이루어진다. 화물을 내리고 싣기, 그물을 던지고 걷기, 사고를 대비한 정비, 입항하고 출항할 때 부두에 배가 잘 닫도록 관리도 한다. 오랜 항해를 대비해 조리실엔 조리장이 늘 음식을 준비하고 냉장고에 들어갈 식재료도 출항하기 전에 잘 챙겨야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가 근무하는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때 항해는 순조롭다. 유기적이며 한 사람이라도 의무를 소홀히 하면 항해는커녕 배가 좌초되거나 다른 배와 충돌할 수도 있다.
몸은 어떤가. 건강한 이(齒)로 골고루 잘 씹고 넘기면 식도가 잘 내려가게 하고, 위에 도착하면 영양분을 천천히 분리해서 장기들을 거치며 흡수하고, 미주알을 지나 항문으로 필요 없는 것들을 배설한다. 입부터 항문까지 한 곳이라도 막히거나 장기 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당장 사는데 문제가 생긴다. 병원을 다니며 치료해야하고 원하지도 않던 약품들을 먹어야하고 하고 싶은 일이나 꿈도 접게 될 수 있다. 내 몸을 소중히 여겨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고 꿈을 향한 인생의 항로를 순항할 수 있다.
몸끼리는 어떤가. 어디에 살 든 우리는 사람을 대하며 살아야 한다. 산 속에 홀로 살아도 먹고 입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가게주인을 만나야하고 심어 키울 씨앗들도 사야한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사람과 함께 산다. 나도 사람이 낳지 않았는가. 사람을 만나 사랑하며 사람을 낳고 키워 사람을 잘 만나도록 사람 되라고 사람이 가르치는 학교에 보내고 사람이 쓴 책을 보며 배우고 익혀 사람들이 만든 사회라는 계약적 공간에 서게 된다. 사람들과 살다 죽어도 내 시신을 사람이 옮기며 태우고 뼈를 빻고 뿌리는 것까지 사람이 한다. 올 때나 갈 때나 우리는 사람과 함께 한다. 수많은 국가 중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났고 우리사회 속에서 산다. 모두 하는 일이 다르지만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산다. 어디 한 군데 고장 나면 나라는 흔들리며 균형을 잡으려 애를 먹는다. 나라를 세우는 것도 사람이 하고 나라를 망국의 길로 끌고 가는 것도 사람이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많으면 어딘가 고장이 나있는 것이다.
나라끼리는 어떤가. 지구에 있는 나라들도 유기체다. 이웃 나라가 전쟁 중이면 내 나라도 시끄럽고 어려워진다. 나라와 나라는 국경을 긋고 서로 공식적인 계약을 맺거나 거래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강국과 약소국을 구분 지었고 강국의 논리와 주장대로 약한 나라는 끌려 다닌다. 나라끼리 원수가 되어 복수를 꿈꾸며 테러를 하거나 전쟁을 준비하기도 한다. 강국이든 약소국이든 모든 나라는 내 나라 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싸움의 원인이다. 세계사에 자주 등장하는 종교도 마찬가지다. 내 종교가 으뜸이며 참이라 믿고 다른 종교는 이단이라 터부 했기 때문이다. 전쟁과 테러가 많을수록 지구에 고장 난 나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구에 인류가 등장해서 오늘까지 전쟁이 끊이지 않음은 고장 난 것을 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에서 엔진을 떼어내면 그 배와 엔진은 단순한 고철에 불과하며, 내 몸에서 심장을 떼어내면 살아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은 독약이 되고, 국민이 없으면 국가라 할 수도 없으며, 이웃 국가가 없으면 국가라는 말은 거짓이 된다. 우리의 마음과 몸은 누구나 아는 올바름으로 가면 갈수록 편해지며,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깊게 철학하면 이웃에 대한 편견이나 미움을 버리게 된다. 내가 그리도 소중하다면 남도 지극히 소중한 것이니까.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내 가족, 내 돈, 내 나라, 내 생각만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보다는 우리를 쓰는 마음을 가지면 ‘나 혼자’라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물에 빠지면 내 가족부터 구하기 마련이다. 내가 세상에 난 이유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를 낳았고 내가 낳았기 때문이고, 남과 같은 방에 살지 않으며 남을 가족처럼 밤낮으로 매일 보지 않으며, 가족만큼 정이나 책임이 덜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1호선 신길역 승강장에서 아주머니를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든 적이 있다. 가볍게 느껴졌던 것은 빨리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지만 몸을 쓰는데 망설이게 된다. 우리라는 생각은 모두 갖고 있지만 실천을 어려워한다.
몸이 고장 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지만 마음이 고장 나면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수리하지 않는다. 아예 마음이 고장 났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꽤 오랜 시간 뒤에야 뉘우치기도 하지만 무덤까지 모르고 가기도 한다. 반성하고 자신을 늘 돌아보는 일은 마음이 고장 나 삶이 꼬이는 것을 미리 막는 방법이며 남은 인생을 나 홀로가 아닌 우리 같이 순항하기위한 수양이다. 우리는 유기체다. 우리가 되기 위해 당신이 필요하며 소중한 나처럼 당신도 소중하다. 우리는 고장 나지 말고 잘 먹고 잘 살자.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 오면 같이 우리하자. 얼마든지 누가 오든지 우리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