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죽음이나 이별 등 슬픔을 겪은 후 잡생각은 별 도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으로 보고 겪은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고 있다. 썰렁한 집 안에서 떠올리는 생각들은 전혀 내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밖으로 돌고 되도록 나가고 혹은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어 보고 그간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대화는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집안 부위기를 바꿔보고 가구나 커튼도 새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슬픔이 일어나기 전부터 고정된 물체들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잊히지 않는다면 믿는 종교에 의지하거나 시간에게 나의 삶을 살포시 얹으면 된다. 사람처럼 현실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도 없다. 점점 현실을 인정하게 되며 적응해 간다. 훗날 오늘의 슬픔을 떠올릴 때는 ‘피씩!’ 웃게 될 것이다.
사람 좀 쉽게 믿지 말라고 하는 충고들을 듣고 나도 매 번 결심을 한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의심하면서 만날 수는 없지 않는가. 떠난 사람도 오는 사람도 모두 선하다고 믿는다.
겪을 때마다 그렇게 슬픔을 잠재우는 나를 보고 있다 보면 사람이란 생명체는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 상대는 이미 나를 잊은 지 오래였다. 이별을 고하는 사람과 이별을 당하는 사람의 슬픔 재우는 시간은 다르다는 것을 매번 깨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