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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턴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지은이]
원천석(元天錫) 자세한 연대 미상. 자는 자정(子正), 호는 운곡(耘谷).
고려말의 학자이며 의사(義士).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원주 치악산에 숨어 살았다. 태종의 어릴 적 스승이었으므로, 그가 왕위에 오르자 여러 번 간곡히 불렀으나 끝내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한시집 두 권이 남아 있어 고려말의 사적과 그의 충성된 면모를 엿볼 수가 있다.

[말 뜻]
굽다턴고 : 굽었다고 하던고?
세한 고절(歲寒高節) : 추운 겨울에도 변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이 푸른, 높은 절개.

[감 상]
눈을 맞아서 그 무게로 한때 휘어진 대나무를 그 누가 굽었다고 하던고? 굽힐 그런 절개라면 찬 눈 속에서도 저렇게 푸를 수가 있으랴? 생각건대, 엄동설한에도 끄떡없이 그 추위를 이겨내는 굳센 절개는 오직 대나무 너 뿐인가 하노라.

권력에 굽히지 않는 지사의 굳은 마음을 비유한 것인데,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자신의 뜻을 노래한 것이 분명하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안 는다. 고려의 녹을 먹던 내가 어찌 조선왕조에 절개를 굽힐 수 있겠는가. 그래서 태종의 간곡한 청도 끝내 물리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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