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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3 10:52

길을 가다가 - 이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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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는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풍경도 담을 수 있습니다. 18세기 무렵 우리 한시는 감각이 살아 있는 풍경화를 그린 것이 많아 시를 읽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공무(李功懋)라는 사람이 길을 가다가 본 풍경을 읊은 시도 그러합니다. 이공무는 18세기 뛰어난 학자요 문인이었던 이덕무(李德懋)의 아우입니다. 형과 함께 규장각에서 근무한 것을 보면 학식도 제법 높았나 봅니다만, 그 이력이 옳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형이 감각을 높게 평가하여 자신의 문집에 소개하였기에 이 시가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깊어 들판은 온통 서리로 하얗게 덮여 있어 그 위를 걷는 말은 발굽이 서리가 묻어 뽀얗습니다. 서리 밑에 붉은 단풍잎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운치가 있겠지요. 들판의 소가 붉은 석양을 받아 쇠뿔이 발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그 배경은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이 그려지겠지요. 숲은 휑하니 낙엽이 졌기에 가지 위에 앉은 새가 훤하게 보입니다. 이에 비해 산속에 있는 집은 뿌연 안개에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붓을 들면 알록달록 곱게 색은 칠할 수 있겠지만, 이 시의 정취는 담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 조선시대에 제법 많았습니다. 이공무보다도 더 알려져 있지 않은, 18세기 초반 유동양(柳東陽)이라는 시인이 ‘목동(牧童)’이라는 시에서 “소 몰고 오는 맨발의 아이놈, 소 등에 가을 산빛을 가득 실었네. ‘이랴, 이랴’ 더벅머리 긁적긁적, 달 뜬 밤에 노래 부르며 돌아오네(驅牛赤脚童, 滿載秋山色. 叱叱搔蓬頭, 長歌歸月夕)”라 한 것도 운치 있는 가을 풍광입니다. 가난하여 남루한 옷을 입었지만 가을빛을 사랑하여 지게에 단풍잎을 함께 꺾어 실었나 봅니다. 달밤에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산길을 내려오는 아이의 모습이 절로 정이 갑니다. 그림에 자신이 없더라도 머릿속에는 이러한 가을풍경이 절로 그려질 겁니다.


[이종묵의 ‘한시 마중’]<12>아름다운 가을의 들녘 [이공무(李功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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