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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의 비닐 우산 - 윤동재


주룩주룩 비 내리던
월요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영이는
비를 맞으며 교문 앞 문방구 옆
시멘트 담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던 거지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옆에 같이 잠들어 있던
쭈그러진 깡통엔
찬밥덩이 대신 빗물이 가득 고여
촐촐 넘치고 있었다.
짓궂은 아이들 몇이 할아버지 어깨를
툭 건드려 보고 지나갔다.
문방구 아주머니는 아이들에게
물건을 팔다가도 연신 밖으로 내다보며
"미친 영감태기 아침부터 재수 없게
또 우리 담벽에 기대어 늘어졌노."
"영감태기, 영감태기 뒈지지도 않고-"
아침 자습을 마치고 영이는 다시
교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거지 할아버지는 여전히 비를 맞으며
잠이 들어 있었다.
영이는 누가 볼까 좌우를 둘러보며
아침에 가져온 비닐 우산을
할아버지 머리 위로 살며시 펴서
씌워 드렸다.
그날 오후는 다시 하늘이 말갛게 개었다.
영이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교문 앞
문방구집 담벽을 살폈다.
그곳엔 거지 할아버지도 찌그러진 깡통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영이가 씌워 드린 비닐 우산만 접혀져
담벽에 꼿꼿이 세워져 있을 뿐.
영이는 멍하니 서서 우산을 보고 있었다.
말갛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좋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