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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14:20

재운이 - 윤동재

조회 수 21141 추천 수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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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운이 - 윤동재


재운이는 일 년 내내
옷이 한 벌뿐이다.

지난번 운동회 총연습 때 일이다.
재운이는 그날도 한 벌뿐인 그 옷을 그냥 그대로 입은 채
깜둥 고무신 신은 발을 짚으로 동여매고
우리 5학년 계주 선수로 뛰었다.

재운이가 힘껏 뛰어 근 십 미터나 뒤지고 있던
우리 청군이 조금 앞서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나무 그늘 밑에 책상을 내어놓고
팔장을 낀 채 앉아 보고 계시던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마이크 앞으로 가시더니
청백 계주를 중단시키고
"앞에 가던 아이 빨리 조회대 앞으로 와!"하셨다.
재운이가 뛰어가자 교장 선생님은 대뜸
재운이 볼때기를 힘껏 두 대 후려치셨다.
재운이는 눈물을 닦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 청군 응원석은 기가 죽어
더러는 또 재운이가 우는 걸 보고
따라 우는 아이도 있었다.
윗마을의 미애와 승숙이는
볼때기를 맞는 재운이보다
더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 너는 운동회 날 이런 꼴로 운동장에 돌아다녔다간 혼날 줄 알아.
  학교 망신을 시켜도 분수가 있지. 머리도 좀 깎고 운동복도 하나 사고
  운동화도 하나 사도록 해......

올봄에 교육대학을 졸업하셨다는 우리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께 불려가서
우리 청군이 보는 앞에서 백군이 보는 앞에서
재운이가 보는 앞에서
꾸중을 참 많이 들었다.

우리 선생님이 자취하고 계시는 마을 아이들은
그날 저녁 선생님이 재운이를 데리고 가
손발을 깨끗이 씻겨 주고 머리도 감겨 주면서
우시더라는 것이었다.
정말 우시더라는 것이었다.

그 마을 아이들은 선생님이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며
우리 선생님 별명을 울보라고 지어 부르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대구에 나가
재운이의 운동복, 운동모, 운동화를 사다주셨다.
그러나 재운이는 아직 한 번도
그 운동복을 입고
그 운동모를 쓰고
그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나온 적이 없다.

더욱이 재운이는 운동회가 열리던 날은 결석을 하고 말았다.
재운이가 결석했어도 백군을 이기기는 했지만
우리 학년 아이들뿐만 아니고
다른 학년 아이들도 모두
재운이가 계주 선수로 뛰지 못한 것을
몹시 서운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말이 달리듯이 껑충껑충
때로는 팔을 빙빙 휘두르면서 달리는
재운이의 달리는 모습은 약간 우습기도 하고
우리 5학년에서는 가장 잘 달리기도 했었는데......

재운이는 일 년 내내
옷이 한 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