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1.12 07:22

발뒤꿈치/ 송태한

조회 수 497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발뒤꿈치

 송태한

   

해마다 겨울철이 오면

내 발뒤꿈치엔 각질이 자란다

두껍게 자란 살 껍질이 협곡처럼 갈라져

피딱지마저 비칠 때면

한 발 내딛기조차 수월치 않다

미끄러운 빙판길 조심하랴

발바닥 사정 헤아리랴 이미

여러 해 몸에 기생하는 이 증세는

숨죽여 살아왔던 살갗의 반란처럼

이래저래 거동을 애먹인다

긁어 털어내고 깎아내도

다시 그 자리에 들어앉는 낯선 표피층

모래 먼지뿐인 사막지대 속에서

끝내 살아남은 절지류처럼

굳은살에 만져지는

금강송 껍질처럼 속 깊은 내력

삼엽충 화석 같은 질긴 목숨들

나무초리 까부라지고

높바람이 전갈처럼 꼬리 세운 겨울엔

내 몸을 버텨온 차가운 발끝에

겨우살이 하얀 각질이 핀다


-시집 『퍼즐 맞추기』중에서 

  • ?
    風文 2017.01.30 16:18
    "내 몸을 버텨온 차가운 발끝에"
    자꾸 읽게 되는 한 줄입니다.

    저도 각질하면 둘째가라 서러운데 발품 많이 파는 분들이 각질이 많더라고요.
    제생각엔 유전같지만요.

    몸이 즐기던 모든 것들의 부산물이
    발뒤꿈치에 모여들지 않나 싶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
    강화도령 2017.02.02 15:32
    각질을 미워하지 않고
    너그러운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1. 휴가 /송태한

    Date2017.04.08 By강화도령 Views5101
    Read More
  2. 황태 / 송태한

    Date2016.12.19 By강화도령 Views4282
    Read More
  3. 화투 이야기

    Date2018.03.22 By사랑누리 Views3630
    Read More
  4. 허수아비/송태한

    Date2016.12.16 By강화도령 Views3958
    Read More
  5. 하루의 인상印象/송태한

    Date2017.01.06 By강화도령 Views5422
    Read More
  6. 하루의 인상印象/송태한

    Date2017.03.12 By강화도령 Views5356
    Read More
  7. 피뢰침 연가 /송태한

    Date2016.12.28 By강화도령 Views3875
    Read More
  8. 폭포·1/ 송태한

    Date2017.01.28 By강화도령 Views4574
    Read More
  9. 퍼즐 맞추기/ 송태한

    Date2017.06.21 By강화도령 Views6867
    Read More
  10. 집으로 가는 길 2

    Date2018.03.27 By사랑누리 Views4089
    Read More
  11. 적반하장

    Date2019.06.01 By한석주 Views1741
    Read More
  12. 장미의 노래 /송태한

    Date2017.07.25 By강화도령 Views4244
    Read More
  13. 외장승 /송태한

    Date2017.01.12 By강화도령 Views4387
    Read More
  14. 어느 여름

    Date2019.08.24 By한석주 Views2213
    Read More
  15. 앞날

    Date2019.05.30 By한석주 Views1826
    Read More
  16. 쓰르라미 /송태한

    Date2017.08.11 By강화도령 Views5100
    Read More
  17. 시간의 모서리/송태한

    Date2017.01.29 By강화도령 Views6964
    Read More
  18. Date2020.10.19 By쏘옹 Views1542
    Read More
  19. 솟대/송태한

    Date2016.12.26 By강화도령 Views4031
    Read More
  20. 빗방울 하나 /송태한

    Date2017.03.04 By강화도령 Views5847
    Read More
  21. Date2018.03.27 By사랑누리 Views3137
    Read More
  22. 배추의 겨울

    Date2018.03.22 By사랑누리 Views3510
    Read More
  23. 발뒤꿈치/ 송태한

    Date2017.01.12 By강화도령 Views4977
    Read More
  24. 문손잡이/ 송태한

    Date2017.01.18 By강화도령 Views4929
    Read More
  25. 목격자를 찾습니다/송태한

    Date2017.01.12 By강화도령 Views43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