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박해영
이럴 줄 몰랐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쬐금 오다 말거니 했다
어느 누구도 이번 눈도 저번 눈처럼
가벼이 지나갈 것이라고 보장한 적이 없는데도
멋진 산수화 잠시 보여주고
거짓말처럼 녹아버릴 줄 알았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종일 내리고
한 밤을 자고 난 아침에도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하산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틀을 꼬박 쉬지 않고 내린 눈이
혹한 속에서 얼어붙어
내게서 네게로 가는 모든 통로가 막힌 지금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을 땐 언제나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도 그렇게 말해준 적이 없는데도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항상 열려있는 줄 알았다
온 하늘에 지천으로 쏟아지는 눈송이 하염없는데
뚜뚜 때늦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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