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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4 23:12

눈/송태한

조회 수 413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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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태한

  
굳은 빗장의 문이 열리고

첫눈보다도 서둘러 그들은 천사원을 찾았다

12인승 승합차 경적을 빵빵 울리며

화사한 한복의 여자들이 내리고

머릿기름 바른 남자가 으쓱 거렸다

마당 끝의 누렁이도 새 뼈에 꼬릴 흔들고

선물들과 나란히 원장님이 사진을 찍었다

지역 공동체 화보 몇 장 혹은

눈 위에 검정 발자욱 남기며

바삐 그들은 돌아갔고

그들을 향해 짖던 누렁이 울음처럼

고요한 밤이 깊도록 펑펑 눈이 내렸다

남기고 간 벽걸이 TV 앞에 모여 앉아

눈부셔하고

주름진 이부자리에 돌아 와

쵸코바 까먹으며

짧은 겨울 하루의 단맛에 여린 몸은

봄눈 슬듯 녹아 내리고 있었다

겨울은 가고 또 오고

새까맣게 쏟아지는 모처럼의 눈발에

성탄절 창가엔 성에만이 반짝이고

눈물처럼 눈 녹은 그 자리

담장은 저 혼자 움츠려 있었다

  • ?
    風文 2017.01.09 16:44
    어떤 순간, 어떤 장소에 눈이 내리는 가에 따라 울림이 다르죠.
    아침에 내리는지, 저녁이나 새벽에 몰래 내리는지 아니면,
    무심코 커튼을 제쳤는데 곧바로 눈이 날리는지......

    눈이나 비는 남녀노소, 장소, 시간 따위는 따지지 않지요. 눈은 그렇게 공평합니다.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가버린 공허한 마당의 눈을 씁쓸하게 쳐다보는 원생들의 '눈'에 비친 눈도
    궁금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 ?
    강화도령 2017.01.12 06:34

    공평하게 내리는 눈이
    때로는 각별해 지는 순간이 있죠
    그런 순간을 찾아나서는 일이 예술가의 길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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