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송태한
비바람 가시그물에
옷이 긁히어 해져 날려도
팔 벌려 숨김없이
내 마음 죄다 내어주기
외발뿐인 발꿈치로 홀로 서서
별이 뜨고 해가 져도
혹여 쓰러지지 않기
한 걸음도 섣불리 물러서지 말기
초록 벼이삭 금싸라기로 누울 때까지
깡통 풍경 연주하기
지푸라기뿐인 내 살점
땡볕에 터져 나오고
각목 등뼈가 삭아 갈라져도
해종일 네가 머무는 궁전 한 곳 바라보며
칼 찬 장군처럼 지키고 서 있기
가을볕에 여윈 내 그림자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마른 십자가로 남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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