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박해영
도마가 벽에 기대 있다
칼집 자국이 깊고 움푹 들어간 게
금방 해고당할 늙은이 같다
휴가도 없는 칼날받이의 날들
모든 식구가 동시에 비우지 않는 한
어김없는 매일의 난도질
잔소리 쟁이 마누라의 것이든
철없는 아들놈의 것이든
돈에 눈이 벌건 사장님의 것이든
아예 눈감고 맡기는 시간들
가족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우리들의 행복한 만찬을 위해
탕탕거리는 시원한 소리까지 내어주며
한판 흐드러지게 칼날을 받는다
살짝만 스쳐도 피 흘리거나
복수의 칼을 들이미는
우리네 허약한 사랑을
낡은 도마 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
숨
-
어느 여름
-
적반하장
-
앞날
-
10센티
-
봄
-
집으로 가는 길 2
-
깡패
-
대설주의보
-
화투 이야기
-
까치네
-
도마
-
배추의 겨울
-
단풍잎 /송태한
-
곶감 /송태한
-
쓰르라미 /송태한
-
장미의 노래 /송태한
-
퍼즐 맞추기/ 송태한
-
휴가 /송태한
-
하루의 인상印象/송태한
-
빗방울 하나 /송태한
-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송태한
-
[경일시단] 황태/송태한
-
시간의 모서리/송태한
-
폭포·1/ 송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