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by 사랑누리 posted Mar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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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박해영

 

이럴 줄 몰랐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쬐금 오다 말거니 했다

어느 누구도 이번 눈도 저번 눈처럼

가벼이 지나갈 것이라고 보장한 적이 없는데도

멋진 산수화 잠시 보여주고

거짓말처럼 녹아버릴 줄 알았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종일 내리고

한 밤을 자고 난 아침에도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하산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틀을 꼬박 쉬지 않고 내린 눈이

혹한 속에서 얼어붙어

내게서 네게로 가는 모든 통로가 막힌 지금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을 땐 언제나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도 그렇게 말해준 적이 없는데도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항상 열려있는 줄 알았다

온 하늘에 지천으로 쏟아지는 눈송이 하염없는데

뚜뚜 때늦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