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이야기

by 사랑누리 posted Mar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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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이야기

                             박해영

 


아내와 둘이 화투를 친다

이상하게 아내와 치면 뒷손이 안 붙는다

좋은 패를 들고도 번번이 지고 만다

아무리 꽃그림으로 싸운다 해도

허구한 날 지기만 하니

치고 싶은 생각이 들겠냐고 투정을 부리지만

이 사람은 인정사정 없다

쌍피에 판쓰리까지 정신없이 얻어맞을 땐

이판사판 싹 뒤집고 싶지만

아내는 의기양양에 활기충천이다

또 한번 쓰리고를 외치는 소리에

마당의 물까치 떼도 함께 약을 올린다

문득 햇살 이우는 시골집 마루

엄니와 화투를 치던 아부지가 웃는다

남은 날들 꽃으로만 싸우거라

칼 대신 솔로

욕설 대신 목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