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노래 /송태한

by 강화도령 posted Jul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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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노래 / 송태한

                                   

 

1.

그냥 지나치렴

무심히 스쳐가는 길목에서

남모르게 서러워하지 않을

수다스런 동무들의 웃음다발이거나

그대 얼굴의 자상한 거울이 되어 주마

  

2.

귀 기울여보렴

햇살 고인 뜨락에서

식물학자인 양 눈을 깜빡이며

잠시 들여다보렴

나의 꽃잎과 꽃술

그 사이로 배어 나오는

한 오라기 팽팽한 정적 끝의

서리 같은 기도

 

3.

이제 만져보렴

마법 꽃물을 부어 빚은 듯

사무치게 고운 꽃잎과

살갗 깊은 곳에서 파르르 떨던 가시까지

백지 안에 한 아름 엮어 그대여

상처 베인 우리들의 청춘과

아버지의 여윈 초상화 곁에

고요히 내려놓으렴

가슴 속 분노처럼 꿈틀거리는

장미의 꽃말에 붉게 취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