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태한

by 강화도령 posted Jan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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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태한

  
굳은 빗장의 문이 열리고

첫눈보다도 서둘러 그들은 천사원을 찾았다

12인승 승합차 경적을 빵빵 울리며

화사한 한복의 여자들이 내리고

머릿기름 바른 남자가 으쓱 거렸다

마당 끝의 누렁이도 새 뼈에 꼬릴 흔들고

선물들과 나란히 원장님이 사진을 찍었다

지역 공동체 화보 몇 장 혹은

눈 위에 검정 발자욱 남기며

바삐 그들은 돌아갔고

그들을 향해 짖던 누렁이 울음처럼

고요한 밤이 깊도록 펑펑 눈이 내렸다

남기고 간 벽걸이 TV 앞에 모여 앉아

눈부셔하고

주름진 이부자리에 돌아 와

쵸코바 까먹으며

짧은 겨울 하루의 단맛에 여린 몸은

봄눈 슬듯 녹아 내리고 있었다

겨울은 가고 또 오고

새까맣게 쏟아지는 모처럼의 눈발에

성탄절 창가엔 성에만이 반짝이고

눈물처럼 눈 녹은 그 자리

담장은 저 혼자 움츠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