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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을 봤다. 어제밤에..

영화행복.jpg

 

황정민, 임수정 주연 영화인데

제목이 '행복'인 이유가 뭘까

행복해~라고 말한 임수정의 대사 한마디가 머리를 울린다.

은희(임주정)가 죽던 순간, 폐인이 되어 돌와와 머리를 조아리며 은희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영수(황정민)의 모습이 생각난다.

은희가 가르쳐준 사랑을 무시하고 애써 외면한 영수의 얼굴엔 깊은 상처가 있었다.

마음의 깊은 상처가 형상화된 거같은.

'자신에게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뿐이다' 라는 뜻으로 보이는 상처.

눈부시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행복이 부담스러웠던 영수는 

자신이 발견한 '정말 이런게 있구나!'라며 신기해하면서도 

꿈처럼 만난 행복이 거북해서 

허물벗듯 벗어던졌다.

그리고 익숙한 옷을 주워입었다. 구역질나는 지겨운 습관의 누더기를 걸치고

똥밭에서 뒹굴었다.

익숙한 똥밭이 더 행복하다는듯.

자기 얼굴에 침을 뱉고 자기를 멸시했다.

은희를 버린 자신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명수의 모습.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사는 나와 닮았다.

나의 익숙한 모습이 영수이다.

오늘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런 나와 만났다.

오늘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다버리고 살자.

내마음 깊은곳에선 계속 은희가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타고 번호를 누르고 철문을 열어야 

공중에 매달려 있는 우리집이라는 상자에 들어가 쉴 수 있다.

이게 내가 바라던 집이었을까

집은 이런게 아니었다.

문열면 흙,나무,물이 보이고 

쓰레빠 끌고 나가면 땅을 밟을 수 있는 그런 집을 나는 버렸다.

22평 성냥곽과 내 행복을 바꾼 나는 영수와 닮았다.

'천천히 밥먹는거 지겹다'고 뛰쳐나가던 영수.

'노후자금이 4억7천만원 필요하다'며 한심하게 은희를 보던 영수.

나도 나에게 상처를 주며 산다.

그 상처에 알콜을 붓는다.

아이들도 나의 상처를 받아들인다.

상처를 못느끼며 원래 붙어있는 뜯어내고 싶은 사마귀처럼 산다. 

 

 2011. 05. 11.

책장정리하다 낡은 수첩을 찾았다.

거기 있던 12년전 5월의 글이 있어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