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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3. 고전적 글쓰기와 그 지평

   패배와 절망의 끝에서 본 아름다움 - 송기원 소설 '아름다운 얼굴'

  헤어날 수 없었던 삶의 치부 - 사생아로의 탄생, 장돌뱅이로 버려짐, 건달패들의 똘마니, 죄악, 막막한 세상, 그리고 그 앞에 한없이 펼쳐져 있는 어떤 늪. 그런 것들을 오랜 고통의 세월을 거쳐 아름다움으로 새기는 문학의 놀라운 세계를 보았다.  작가 송기원 씨가 10년의 방황을 거쳐 문학으로 복귀하면서 발표한 단편 '아름다운 얼굴'('창작과 비평' 93년 봄호). 일찍이 문단을 매혹시켰던 감칠맛나는 문장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발가벗긴 이 작품은 문학이 어떤 고통 속에서 성숙하는지를 혹독한 아름다움을 통해 보여줬다. 역시 송기원은 잠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일찍이 스승 김동리 씨로부터 '처자식 굶겨죽일 놈'이라고 '낙인' 찍힌 바 있다. 비범한 재능을 썩혀두고 방종세월하는 그를 가엾이 여긴 스승이 학생들 앞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채찍질한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당장 신춘문예 2관왕 (74년 시, 소설)에 오르면서 '김영감, 두고 보라지. 누가 자기만한 소설을 못 쓸 줄 알고'하는 당선소감으로 스승에 답했다.  그의 '월행' 같은 작품은 한국 최고의 단편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러나 그 이후 그는 한국문단의 얼마나 안타까운 이름이었던가.  시인 고은과 함께 서울 흑석동의 논다니거리에서 '은정이'등이나 건드리고, 이빨이나 깨지고, 니나노나 부르고 하다가...80년 봄.  그는 무서웠다. '군부' '독재'를 향해 부나비처럼 무모하게 덤벼드는 모습은 '민주' '자유'같은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개차반 인생'에 대한 속절없는 저주의 표현처럼 보였다. 5.17계엄령이 선포되자 충남의 이문구에게로 숨어들기 위해 영등포 역전에서 서성이던 그는 그의 행동반경을 알고 있던 형사에게 발각돼 체포됐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연루돼 모진 옥살이를 하던중 행상으로 아들 하나를 키워낸 그의 어머니는 깊은 좌절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동료 문인들이 달려와 아들 대신으로 시신을 거두는 자리에서는 문인들을 감시하던 현장의 경찰들조차도 모자의 모질고 서러운 사연을 전해 듣고 눈물 아니 흘리는 사람이 없었더랬다.
  구차하게 빌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늦게 출감한 그는 그 이후에도 무슨무슨 이유로 옥살이를 거듭했고, 그러나 그 서러운 세월에 성경과 만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옥살이 끝에 그가 작은 출판사를 내자 그를 아끼는 많은 문인들은 '송기원이 출판사 빨리 망해라'고 기원했다. 그의 타고난 재능과 그간의 시련은 문학으로서만이 값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이제 오로지 문학으로만 돌아온 그의 이번 소설은 그 방황의 심연을 아프게 보여준다. 색동양말 하나를 사주고 사라진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 그가 자신의 생부라는 것을 안 소년의 자기혐오, 개똥처럼 버려진 성장, 사춘기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아 버림으로써 늪으로밖에 갈 수 없었던 나날들. 그는 이렇게 적는다.
  '내가 좀더 일찍이 사회적 부조리나 계급적 모순에 눈떠, 그것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떠넘기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훗날 나는 그토록 깊게 병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그가 보아온 고통의 얼굴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인간에 대한 너른 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소설을 '다시 시작하는 변, 앞으로 쓸 소설의 서론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제 자신에 대한 거짓은 없어야겠다. 그런 마음 하나로 다시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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