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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3. 고전적 글쓰기와 그 지평

    세계관의 저수지 - 김원일 장편 '늘푸른 소나무'

  중진작가 김원일의 장편소설 '늘푸른 소나무'를 읽으며 엉뚱하게도 추억과 전설 속에 깊푸른 고향의 저수지를 떠올렸다. 수천 수만의 피와 땀을 모아 쌓아올린 장대한 저수지, 누구는 일제와 야합해 민족의 고혈을 빨았고 더러는 뜻을 세워 그 제방을 떠나갔었으며 그러나 산과 산의 수맥이 흘러들어 푸른 전설을 만드는 곳.

  5년간 신문연재를 했고 원고지 2천 장 이상을 추가해 9권으로 완간(문학과 지성)한 이 소설은 작가가 30여 년에 걸쳐 준비한 커다란 체계를 갖추고 있다. '노을' '불의 제전' '마당 깊은 집' 등 그의 대표작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이념대립이 사라진 이 시대 우리민족이 추구할 만한 가치관을 한사람의 인격창조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굵은 줄기는 종의 아들로 태어난 한 청년이 한일합방직후인 1910년에서 일제 중반까지 이르는 기간에 피나는 고행을 통해 자아와 세계관을 확립하고 마침내 무저항의 정신으로 죽음 앞에 나서는 내용, 유교 불교 도교 천도교 기독교 등 인간이 성취한 온갖 사상이 녹아 흐르는 가운데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어둠 앞에서 자기희생으로 삶을 마감하는 주제는 커다란 교양소설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삶의 지혜와 역사 철학 종교 등을 총체적으로 어우르고 있어 군데군데 쉽지 않은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전편을 활보하는 인간군상들의 행태를 묘사함으로써 결코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고 있다.  주인공 어진이에게 글과 인간의 도리를 가르친 백상충은 실천력 있는 인간의 본보기요, 일제에 빌붙어 거상이 된 후 여체의 늪 속으로 추락한 조익겸은 욕망의 화신이다. 끝까지 뒤를 쫓는 일본헌병의 끄나풀 강중우의 사악함, 육체를 이용해 신분 상승을 꾀한 삼월이의 교태, 청맹과니 불구이면서도 정신의 높이를 잃지 않는 선화의 순결함. 어려운 세월을 사는 인간들의 욕정과 슬픔, 더러움과 비참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겨울 아침나절 창호지 속으로 스며든 햇살처럼 고운 무늬를 남긴다. 바로 이런 점이 '문단 장자'로 일컬어지는 김원일의 장점일 것이다.

  "손에 닿는 대로 책을 읽던 스무 살 무렵, 인간과 역사와 철학의 보다 큰 것을 담는 소설을 한 편 꼭 쓰고 싶었다. 많은 준비를 했고 유독 어렵게 탈고하긴 했으나 부끄러움만이 남는다."

  부친의 월북사실에 숨죽이며 여덟 식구를 위해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던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써왔던 분단을 소재로 한 소설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 내 대부분의 소설은 이념이 금기시되던 시대, 한 소심한 소설가가 그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기록했던 자취였다." 

  이념의 덫과 굶주림 때문에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그래도 인간에겐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믿었다는 그는 이제 예수의 사랑과 자기 희생정신에 이끌린다고 했다.

  "자기를 낮추고 때로는 기꺼이 버릴 때 정신의 향기는 멀리까지 간다. 그런 정신은 어떤 수난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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