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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3. 고전적 글쓰기와 그 지평

     리얼리즘의 유연함 - 신상웅 장편 '일어서는 빛'

  중진작가 신상웅 씨(중앙대교수)가 참으로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냈다. '일어나는 빛'(모아, 전2권). 소설 '히포크라테스의 흉상' '심야의정담' '배회' 등의 작품으로 70년대 우리 문단에서 가장 튼튼한 소설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가가 10년 이상의 침묵 끝에 낸 작품이다.  장강은 소리없이 흐른다는 말을 연상시키듯 이번 작품은 우리 문단의 보기 드문 리얼리스트인 그의 개성이 유연하게 드러나 있어 70년대를 함께했던 동료문인들이 한층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의 개성은 작품 내부에서뿐 아니라 작품을 출간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은 10여 년 전에 탈고 되었으나 80년대 우리사회의 미친 바람을 겪으며 작가가 "이 시대에 소설을 쓴다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가" 하는 회의를 거듭하며 벽장 속에 던져뒀던 것. 소설쓰기를 다시 시작한는 신호탄처럼 내놓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10여 년간의 작법의 차이를 뭉개버리고 작가정신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설의 큰 줄기는 우리사회 자본가들의 비정한 메카니즘을 투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나한조는 미8군 물품을 빼돌리는 사업을 하다 망해 태평양 한가운데서의 투신자살을 결심하고 제주도로 간다. 그의 비장한 모습은 퇴역장성 이욱형의 눈에 띄어 구출되고 그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죽음을 각오했던 자의 오기를 이용하기 위해 이욱형은 나한조를 자신의 사업에 끌여들여 전국의 수산물 시장을 장악하고, 나한조는 끝내 거대한 자본조직의 암투에 말려 거세된다.  이 소설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저질스러운 자본주의 병페속에 물들어 있으며 그 물신주의의 찌꺼기 구조 내부에서 시민 사회의 성원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있다. 그 소설적 방법은 우리사회의 이런 세태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서가 아니라 과장이나 격정을 피하고 치열한 사실주의적 묘사에 의존한다. 이 소설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대부분의 우리소설이 감각 위주이거나 로망스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데 비해 우리사회의 보다 큰 틀을 들여다고보고 그것을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조립해낸다. 그렇게 펼쳐지는 인간의 이야기는 생경하거나 일방적이지 않다. 사회전체의 풍속도는 조악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인물들의 꿈이나 고통스러움이 살아 있다. 증권회사 직원이면서도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는 우제정, 술집여급이면서도 순진한 꿈으로 사는 숙희, 심지어는 파리새끼처럼 사람을 제거해 버리지만 의리와 관용의 미덕도 돋보이는 퇴역장성 이욱형. 아마도 이런 점이 리얼리즘의 미덕이며 시민사회의 주요한 문학장르인 소설의 주된 기능이 아닐는지.  그래서 이 소설은 빨리 읽히는 재미를 지니고 있다. 10여 년 전의 풍속도와 심성들이 어떻게 파장돼 오늘 우리사회 고위층들의 더러운 치부행위가 곪아 터졌는지도 알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 나는 소설이 시대의 산물이자 사회의 반영이라는 명제를 굳게 믿는 사람 중의 하나다. 나는 이 소설을 내가 지켜보고 아파한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안다는 자부심으로 썼고 그래서 경직됨을 피하고 가능한 한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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