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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무지렁이 들에게 바치는 연서 - 김소진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새봄을 맞은 93년 문단에서 백목련의 빛깔처럼 희고 찬란하게 언급되는 이름이 '신경숙'이다. 가슴을 출렁이게 하는 이야기도 없고 자신만의 문장이나 구성도 없이 줄줄 이어가는 들쓰기가 유행하는 요즘 '풍금이 있던 자리' 등 마음 한자리를 쓰리게 하는 그녀의 질감 고운 소설은 단연 압권이다.
  신경숙 씨에 이어 또 한 사람의 작가가 문단의 새로운 관심권 안으로 들어왔다. 김소진 씨, 솔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21세기 작가총서' 시리즈로 최근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을 낸 신예다. 김원우 김성동 이인성 김영현 이창동 등 실력과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인공이 된 그는 부화스럽게 글쓰지 않는 건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제 첫 소설집을 돌아가신 아버님께 드리는 글이라 생각하고 펴냅니다. 북한에 부모형제와 처자들을 남겨놓고 홀로 이쪽으로 와서 평생 무너지기만 할 뿐인 삶을 사셨던 제 아버님. 그런 생애가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해 아야기로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지난 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쥐잡기'를 포함, 11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 이 소설집은 생생한 생활어를 펼쳐내면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절하게 들려준다. 민족 수난의 현실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절로 책장을 넘기게 한다. 표제작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지난 91년 데모하다 맞아죽은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 시국사건 당시 '밥풀떼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무지렁이들의 세계를 눈물겹게 그린 수작. 백병원 농성현장에 진을 치고 걸식을 하던 '밥풀떼기'들을 시민들은 정보기관 끄나풀이라며 백안시했었다. 그러나 작가는 오갈 데 없이 이제는 데모판에 붙어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소외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탄탄하게 형상화해 냄으로써 열리지 않은 사회의 또 다른 편견을 얘기했다.

  "아따, 목젖이 따땃해짐시러 가슴이 후끈하고 붕알 밑까지 노글노글헌게 이제사 내 몸띵이가 오붓이 내 거 같네 그려. "

  화톳불을 쬐는 주인공 브루스 박의 대화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기층민중을 보는 시각과 토속적인 문장 때문에 작가가 노동자 출신일 것이라는 인상도 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웬걸. 그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출신 작가들이 병폐로 지적돼온 관념조작형 글쓰기를 말끔히 벗어던진다.  "제가 자랐고 아직도 살고 있는 곳이 산동네입니다. 가난을 핑계로 연탄집게로 누나를 때리던 어머니, 그 연탄집게가 망가졌다고 더욱 심하게 매질을 하던 우리 어머니와 역시 그러한 이웃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선배세대들처럼 6^5,23^25나 보릿고개를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이웃들의 마음을 위무하기 위해 글을 쓰겠다고 작심했더랬습니다. 언제쯤 부끄러운 글을 탈피할 수 있을지. 기사를 써 주시려면 작게 하나 써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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