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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이야기 방식의 다양함 - 심상대 작품집 '묵호를 아는가'

  젊은 작가 심상대 씨의 소설을 읽으면 기분좋은 것들이 느껴진다. 장인의 기질이 엿보이는 쫄깃쫄깃한 문장, "우리 소설언어의 새지평을 보여줬다" (문학평론가 이남호)라고까지 평가받는 한글의 영역 확장,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방법혼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소설세계는 한국인의 구릿빛 건강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인간의 죽음과 삶의 무기력, 우리시대의 냉소주의를 다룰 때에도 절망의 모습 속에서 기어이 인간사랑의 따뜻함을 담아내고 있는 그의 건강성은 큰 자산인 듯싶다.
  무명청년이었던 그는 창작집 '묵호를 아는가' (민음사)를 펴내면서 단박에 재량감으로 문단에 뛰어올랐다. 창작집에 실린 11편의 중 단편은 서로 다른 문체와 어법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 고전에서 서양에까지 이르는 넓은 세계관의 조율은 문단의 괄목할 만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작품집 맨처음에 실린 단편 '묘사총'은 조선 성종조 서거정의 '필연잡기'에 몇 줄이 나오는 아야기를 모티브로 해 인간의 운명인 죽임을 사랑의 베풂으로 극복해 보고자 한 작품이다. 시대 배경은 조선조 중엽 함길도에서 흥기한 역모를 치기 위해 장정을 뽑아가던 시기를 전후해 은둔자들이 하나 둘 떠난 두메산골엔 늙은 아버지와 할멈 그리고 어린 딸이 산다. 산코양이에게 반쯤 먹혀진 뱀은 어린 딸을 물어죽이고 늙은 아비는 산코양이와 뒤엉켜 싸우다 죽어 딸 아비 뱀 고양이가 함께 묻힌다.  문둥병을 앓아 몰골이 험한 옆집의 사내는 묘사총을 만들고 돌아오는 길에 잡은 산토끼를 놓아준다. 그리고 사내는 산과 산이 겹겹이 에워싸고 어둠과 어둠이 첩첩이 가로막은 푸르른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가 무얼 뜻하는지 작가는 설명하지 않고 소설을 끝낸다. 그러나 교묘한 문장 속에 '몸서리치도록 신 살구' '주근깨 가득 박힌 새벽 산나리꽃' '계집의 엉덩이' '태아의 첫발질' '사람의 소리'들의 표현으로 그 소리가 생명을 찬양하는 원시의 목소리임을 암시한다.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죽음)은 잡은 토끼를 살려주는 사랑의 베풂으로 극복된다.
  사랑의 베풂을 더욱 독특한 언어로 감추고 있는 작품이 '강' 이다. 날이 갈수록 평단의 화제를 증폭시키고 있는 '강'은 고조선 시대 선인들의 인생에 대한 사유체계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 우리나라 최초의 시가로 알려진 고조선의 '공무도하가' (최근엔 중국의 시가라는 학설이 유력)를 재해석, 죽음의 세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은 세 사미니(어린 여승)가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는 전설을 소개하여 이를 '슬쩍 사라지고 싶은 충동'으로 해석한 신동엽의 에세이 '금강잡기'. 작가는 이 에세이를 읽고 이를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고대인의 죽음의 인식을 담은 '공무도하가'로 재구성하고 있는데 '공무도하가'와 '강'은 매우 긴밀한 연결구조를 가진다. 술에 취해 강 속으로 걸어들어간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는 '강'의 세 사미니로, 남편을 따라 죽은 백수광부의 처는 사진사 청년으로, 이야기를 전한 고대의 악기 '공후인'은 현대의 '소설'로 연결된다.
  선문답이라는 오해도 낳고 있는 이 작품은 세 사미니가 강으로 들어간 이후 '(사진사)청년은 성큼 강으로 들어섰다'로 끝맺음으로써 해석을 매우 어렵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귀가 터지는 죽비소리' '주머니 속의 단주'들의 표현으로 보아 일망무제로 탁 트인 강은 대번에 삶의 강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는 삶과 죽음이 같은 강일 수도 있다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세 사미니가 강으로 들어갔지만 청년에게 꽃을 준 짙은 눈썹의 사미니만이 물위로 떠올랐다는 설정은 사랑을 베풂으로써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작가의 세계관의 노출이다. 이 작품에서 세 사미니가 왜 강물 속으로 가는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설명할 수 없는 숙명으로서의 죽음을 이야기한 것 같다. '몬드리안과 로스코를 위한 구성'은 네델란드의 화가 몬드리안의 그림 '빨강 파랑 노랑의 콤퍼지션'을 소설로 옮겨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여러 가지 양상을 탐색한 실험적 소설. 그림의 하양은 소설에서 권태로, 까망은 고독으로, 파랑은 공포로, 빨강은 분노로, 노랑은 숙명으로 나타냈으며 몬드리안의 13부문 콤퍼지션을 13개의 단락소설로 만들었다. (소설에서의 고딕체는 그림의 까망 부분에 해당)  '요시코의 편지' ('샘이 깊은 물' 91년 7월호)는 작가와 일본여인 요시코가 나누는 편지를 통해 한^5,23^일 젊은이들의 상대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 사소설로도 보이는 이 작품을 작가는 '요시코는 한 달에 한 번씩(육체적으로) 맑은 날을 골라 후쿠오카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나에게로 온다'로 종결,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제 정신대에 대한 분노를 일본여성 정복심리로 반전시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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