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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 임순만



   4 전통과 실험소설의 전망

     악마적 인간성에 대한 메타포 - 윤대녕 소설 '카메라 옵스큐라'

  대부분이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사이 느닷없이 사람을 놀라게 하며 다가서는 작가가 가끔은 있다.  윤대녕. 최근 활발하게 발표되는 그의 작품을 읽고 수소문 끝에 첫 대면했을 때의 느낌은 우선 당혹감이었다. 그는 문인들 모임의 말석에서 몇번 본 적이 있었으나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는 것 같고, 그러나 글보다는 가을 늦밤의 모임에서 마셔댄 빈 소주병에서 울리는 바람소리 같은 허허로운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얘기로 시작하는 것은 작품에서 보여준 독특한 개성과 젊은 작가로서의 겸손이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다. 몰래 반란을 준비하다니.  그는 월간 '문학사상' 92년 10월호에 단편 '카메라 옵스큐라'를, '현대문학' 10월호에 '은어'를 나란히 선보였다. 지난 90년 '문학사상' 신인발굴에서 '어머니의 숲'으로 등단한 이래 올들어 부쩍 활발하게 작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인간의 어두운 심성을 심도 깊은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잡아낸 작품이다.  우리문단에서 일찍이 보기 어렵던 악마적 개성을 드러낸 이 작품은 근친상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보 편집자인 화자는 어느 날 모임에서 '진'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느닷없는 행동과 헛소리 등을 통해 그녀가 의부와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의 무대는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 청동조각 뒤축이 나간 구두 정력제 상평통보 만화경 엽총 비디오테이프... 눈먼 해적들이 탈취해 놓은 것과도 같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널린 벼룩시장의 한 더러운 빌딩에서 사는 그녀는 더럽게 길들여져 무시무시한 죄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즐긴다.  화자가 김칫독과 연탄과 빗자루와 깨진 컵과, 아무튼 그런 것들이 쌓여 있는 계단을 올라 그녀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마귀 같은 그녀의 친모와 광기로 번들거리는 의부가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잡힌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 존재의 고통과 운명을 잡아내는 프랑스 여류사진가 프라트의 사진첩을 넘기듯 인간 내부의 악마적 근성과 그 고통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폭력의 맹독성에 길들여져 그것과 은밀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어둠의 인간들, 정도와 방법은 다를지라도 그것은 인간성이 파괴된 채 질주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메타포다.  인간들의 그런 속성을 칙칙거리는 흑백 TV 화면이나, 지하갱도에서 울려나오는 섬뜩한 메아리처럼 그리는 작가의 개성은 특이하다.  '은어'는 그에 비해 갑갑한 삶을 때로는 치솟아 오르게 하는 한순간의 어떤 번뜩임을 얘기하고 있다.  부부관계가 되지 않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고, 그 보상심리로 옛얘인을 찾아 헤매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자를 만나고, 걸핏하면 어디론가 잠적해 버리는 아버지가 죽고 ...  장마철처럼 그저 흘러내리는 시간의 유곽 속에서 때로 어떤 이미지들은 굽이치는 은어떼의 번뜩임으로 온다. 그것은 영원 회귀, 삶의 아스라한 전율, 순정성의 회복 같은 것들과 맞물려 있다. 삶은 알 수 없는 소중한 그런 순간에 의해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 잉태된다.  불문학을 전공하고 본격 글쓰기에 뛰어든 그의 작품은 새로운 기대를 안겨준다. 마치 기근 속에 얻은 소중한 한톨의 곡식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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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10년과의 악수 - 김인숙 소설집 '칼날과 사랑' 바람의종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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